[사설]안철수 재단, 정치화 경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연구소 관계자는 “재단에 참여하려는 분들이 뜻밖에 많다. 정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이 알음알음 문의해 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개중에는 순수한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안 원장이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안 원장의 행보도 글로벌하다. 그는 11일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최대 자선 재단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 전 MS 회장을 만났다. 그는 “게이츠 전 회장이 그냥 기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재단을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했으며 이를 참고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재단이 단순한 기부의 의미를 넘어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 재단의 규모에 비춰 어떤 사회문제를 창조적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안 원장이 기부한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두 달 전 발표 때 1500억 원 정도였지만 어제 기준으론 2568억 원으로 늘었다. 출연 재산이 1500억∼2500억 원 정도라면 연간 과실금은 은행 정기예금 이율이 4% 수준인 점을 감안해 60억∼100억 원일 것이다. 국내 최대 장학재단인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6500억 원의 기금에서 나오는 연간 과실금 150억 원으로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기금 대비 과실금 비율이 2.3%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의료사업과 사회복지 및 장학사업에 연간 170억 원을 쓴다. 삼성꿈장학재단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장학사업에 857억 원을 내놓았다. 연평균 214억 원 규모다. 이렇게 큰 재단들도 조용히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안 원장은 이달 말이나 2월에 재단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그때 설명하겠지만 재단이 정치화하면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뜻이 손상될 수 있다. 안 원장의 재산 기부 발표 직후에도 그가 만들 재단이 정치세력이나 정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실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안 원장은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 상태에서 재산 기부 계획을 발표했다. 시기적으로 겹쳐 정치적 해석을 증폭시키고 있다. 안 원장이 재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면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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