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리더십 시험하는 한나라당 ‘쇄신 분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한나라당의 쇄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된 김종인 이상돈 두 비상대책위원이 연일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당내 분란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상돈 위원은 어제 “이재오 안상수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대실패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가진 분들로, 그런 분들을 그대로 공천하고 국민한테 쇄신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TK(대구 경북)는 한나라당의 전체 이미지를 좌우하는 지역으로, 이번만큼은 개혁의 시발이 여기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위원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버둥거리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스스로 변화를 못하는 사람은 남에 의해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대표는 김 위원의 과거 비리 전력과 이 위원의 천안함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두 사람의 사퇴를 요구했다. 친(親)이재오계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두 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성명서를 준비 중이며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한구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도 “공천을 하려면 원칙과 기준을 얘기해야지 지역이 어떻고 계파가 어떻고 하는 건 이상하다”면서 반발했다. 반면에 정두언 남경필 의원 같은 쇄신파는 “비대위 흔들기는 새 흐름을 막아서는 것”이라며 비대위에 힘을 실어줬다.

쇄신을 추진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갈등은 생길 수 있다. 외부 비대위원들의 발언이 다소 과격한 감이 없지 않지만 국민이 느끼는 바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들은 어차피 악역(惡役) 수행을 위해 들어온 사람들로 직분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친이·친박계 의원들의 반발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쇄신이라는 대의명분도 좋지만 졸지에 척결 대상으로 지목된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런 분란을 잘 관리하면서 쇄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쇄신 논의가 국민의 바다가 아닌 당내에서만 헤엄치고 있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박 전 대표에게 위원장을 맡긴 것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길을 찾아보려는 뜻이었다. 박 위원장은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과 분란까지도 수습해야 한다.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한나라당의 ‘쇄신 분란’ 앞에서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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