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新種 부정선거’ 선관위 홈피 공격, 용서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한나라당 의원실 직원이 관련돼 있다는 경찰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운전사로 일해 온 9급 비서 공모 씨(27)가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고향 후배 강모 씨(25)에게 공격을 부탁했고, 당시 필리핀에 머물고 있던 강 씨가 한국에 있는 회사 직원 2명에게 지시해 200여 대의 좀비PC로 공격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는 선거 당일 디도스 공격을 받아 오전 6시 15분부터 8시 32분까지 2시간 넘게 마비됐다. 투표소 안내와 변경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야권인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호의적인 젊은 직장인들의 투표 참여를 방해하기 위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공격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이런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실제 홈페이지를 공격한 당사자들과는 달리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공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범행 동기와 배후를 규명해야 한다.

선거 당일 박 후보의 홈페이지도 오전 1시 47∼59분과 오전 5시 50분∼6시 52분 두 차례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도 강 씨 등이 관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명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야권은 이번 사건에 최 의원이나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최 의원은 “만약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사안이 엄중한 만큼 최 의원과 한나라당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공 씨의 범행으로 확인된다면 최 의원과 한나라당이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고 해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정보화 시대를 맞아 선거 관리와 선거 운동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방해하거나 운영에 지장을 주는 것은 신종(新種) 부정선거에 해당한다. 민주주의를 좀먹는 중대 범죄로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선관위 컴퓨터와 홈페이지에 대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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