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러시아 보고서 “북한 붕괴 가속화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러시아 국책연구기관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는 최근 ‘한국: 변환 및 통일시나리오’ 보고서에서 “북한 붕괴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 추세가 계속되면 북한은 현재와 같은 형태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2030년대에는 남한의 완전한 관리로 가기 위한 전면적 준비를 위해 북한의 무장해제 및 북한사회 현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임시정부가 수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흡수통일이 앞으로 20년 내에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예보다.

러시아가 북한 체제 붕괴라는 용어 사용을 금기시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대외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IMEMO가 북한 붕괴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북한 내부에 가볍게 볼 수 없는 체제 이상 신호가 나오고 있거나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평가에 중대한 수정이 가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어도 북한이 체제 붕괴의 내리막길로 접어들었고 그 경사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북한 붕괴론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1980년대 후반 시작된 동유럽 공산주의권 몰락 도미노와 1994년 김일성 사망, 그리고 북한에 닥친 대홍수와 식량위기를 지켜본 서구 사회는 북한의 조기 붕괴를 점쳤다. ‘고난의 행군’을 견뎌낸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등으로 기사회생하는 듯 보였지만 2008년 김정일이 뇌중풍을 앓은 뒤 3대 권력세습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혁개방의 실패로 주민의 식량난도 해결 못하는 북한은 내일 무너진다 해도 놀랄 것 없는 ‘총체적 실패국가’다.

북한 붕괴 개시는 곧 통일을 여는 서막(序幕)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따른 점진적, 단계적 통일을 준비하는 것과 별도로 북한 급변사태 대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통일한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중국 러시아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두 나라를 설득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IMEMO 보고서가 남한 주도 통일한국의 출현에 대해 “아태지역에서 러시아의 입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민간에서조차 북한 급변사태를 논의하는 것을 막았지만 통일 준비는 쉬쉬할 일이 아니다. 수많은 탈북자를 보더라도 북한은 내부적으로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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