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근형]아름다운 리듬체조, 그러나 그 이면엔 세력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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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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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운동을 계속 시켜야 할지 막막하네요.”

리듬체조 유망주인 중학생 자녀를 둔 A 씨는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딸의 우상인 신수지(세종대)가 제기한 점수 조작 의혹 사태를 바라보며 딸의 미래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리듬체조의 중흥기를 연 선수가 소속 협회를 믿지 못하게 된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판정 시비, 파벌 등 그동안 쉬쉬해 오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였다.

10일 전국체전 리듬체조 일반부 은메달에 머문 신수지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점수 조작 의혹을 제기한 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체조협회는 “점수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마지막 곤봉 점수의 발표 지연, 전광판과 기록지의 점수 차이, 심판의 편파 배정으로 압축된다. 체조협회 관계자는 “점수 발표가 늦어진 건 심판 한 명이 오기를 해 바로잡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수지 측은 “8명이 뛴 고등부 발표는 5분도 안 걸렸는데 5명이 뛴 대학부는 30분이 넘게 걸린 점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금메달을 딴 김윤희의 후프 점수가 전광판과 채점지에 다르게 나온 부분도 검증돼야 한다. 신수지 측은 “전광판(25.130점)보다 채점지(25.425점)가 분명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체조협회는 “오히려 0.005점 깎였다. 점수가 조정되는 일은 종종 있는 절차”라고 반박했다.

신수지는 “서울(신수지), 경기(김윤희)가 아닌 다른 지역 심판의 자리에 경기지역 지도자가 3명 정도 들어갔다”고도 했다. 하지만 체조협회는 “억측이다. 규정에 따라 배정했다”고 일축했다.

사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리듬체조계의 세종대-비세종대 출신 사이의 알력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리듬체조 선수 학부모들은 “자기 편 끌어주기가 만연하면서 어느 코치, 심판과 친한가가 중요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국제 경험이 부족한 심판이 많아 난도를 높이기보다 실수를 안 하는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제2의 신수지, 손연재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신수지 개인의 불만 표시로만 봐선 안 된다. 리듬체조계 전반의 문제를 논의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심판 자질 향상과 줄서기 문화 종식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신수지도 감정적인 대응을 한 데 대해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동참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국체전에서 김포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리듬체조 꿈나무와 팬들을 잊는다면 한국 리듬체조의 미래도 없다.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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