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주 강정마을 ‘해방구’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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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던 일부 주민과 외부인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집단폭력에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경찰은 24일 오후 서귀포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건설업체의 대형 크레인 조립을 저지한 주민과 시민운동가 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하지만 경찰이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 등을 연행하던 중 시위대에 포위돼 7시간이 넘도록 옴짝달싹 못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달 17일에는 해군 병사들에게 욕을 하고 발길질까지 했다. 이 정도면 강정마을은 시위대가 장악한 해방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경찰은 시위대에 포위된 경찰관 10여 명을 빼내기 위해 강 회장 등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측에 서있는 천주교 신부 차량 편으로 서귀포경찰서로 이동시키고 주민 10명과 제주도의원 4명이 동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심지어 당일 채증한 자료를 무효화하고 연행자들을 당일 밤에 모두 석방하겠다는 언명까지 해줬다. 서귀포경찰서는 시위대가 경찰서 앞에 몰려오자 9시간 이상 정문을 걸어 잠근 채 경비를 서야 할 정도였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불법으로 방해하는 시위대가 현행범을 체포해 연행하는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까지 막은 것은 중대 범죄다. 미국에서는 집회 현장에서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면 현역 의원도 경찰이 수갑을 채워 연행한다. 우리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현장에 400여 명이 출동하고도 주민들에게 포위돼 법 집행을 포기하고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바빴다.

경찰이 이렇게 물러터지니 좌파 세력과 일부 주민의 반대 때문에 해군기지 공사가 4개월이 넘게 중단돼 있는 것이다. 경찰은 해군이 제출한 해군기지 공사현장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 공권력을 불법 집회 시위 현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경찰이 불법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할 때마다 매번 법원에 물어보고 해야 한단 말인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시위대가 순순히 물러서거나 연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찰청은 25일 서귀포경찰서장을 교체하고, 검찰은 업무방해 피의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다. 검경은 4개월이 넘도록 불법이 난무하는 해방구 같은 현장을 엄정하게 법으로 다스려 공권력을 바로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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