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재]4위 싸움 한창인데 벌써 LG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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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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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광주 원정을 위해 8일 서울 잠실구장에 모인 프로야구 LG 트윈스 선수단 앞에 10여 명의 팬이 나타났다. 이들은 후반기 들어 슬럼프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선수단을 향해 분발을 촉구했다. 깜짝 시위는 몇몇 선수와의 언쟁으로 번졌고 험한 말이 오가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일명 ‘LG 청문회 사건’의 시작이었다.

14일엔 규모가 더욱 커졌다. 4강 경쟁 상대인 롯데와의 잠실 경기에서 1-4로 패하자 성난 LG팬 수백 명이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를 막아섰다. ‘LG의 가을야구는 또 내년입니까’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들은 박종훈 감독과 주장 박용택 등 주전 선수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선수들이 나오지 않자 팬들은 구호를 외치며 질타 수위를 높였다. LG 선수단은 다른 통로를 통해 겨우 야구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팬들은 LG 구단 관계자가 사과를 한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LG 팬들의 분노는 사실 이해가 된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8년간 한 번도 ‘가을 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해는 시즌 초반 1위까지 올랐고 중반까지만 해도 상위권을 지키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 속에 최근 5위로 추락하자 팬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팬들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근성을 문제 삼고 있다. 한 LG 팬은 “승패를 떠나 이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오죽했으면 팬들이 시즌 중에 나섰겠느냐”라고 했다.

열성 팬은 LG를 한국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그렇지만 도가 지나친 관심은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즘 가장 힘든 사람들은 LG 감독과 선수들이다. 일부러 지려고 하는 선수는 없다. 성적에 대한 부담만으로도 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시즌은 40경기 가까이 남아 있다. 4위 롯데와는 2.5경기 차여서 역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청문회 같은 팬들의 단체행동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LG 관계자는 “안 그래도 힘든 선수들에게 이런 일까지 벌어져 안타깝다”며 “문책은 시즌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트레이드로 LG를 떠난 뒤 맹활약하는 KIA 김상현이나 넥센 박병호는 “LG에선 큰 부담을 느꼈는데 현재 팀에선 마음 편히 경기장에 나간다”고 입을 모은다. 살얼음판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LG 선수단에 따끔한 질책보다 따뜻한 응원이 필요한 게 아닐까.

이헌재 스포츠레저부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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