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윤원]‘국민추천포상제’ 공정사회에 부합

  • 동아일보

봉사-나눔 확산시키는 계기 만들자

황윤원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황윤원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얼마 전 단비 같은 뉴스에 감동을 받았다. 영화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를 비롯한 24명의 작은 영웅들이 정부로부터 훈·포장과 표창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태석 신부는 의사이면서 성직자의 길을 택해 아프리카 수단에서 헌신적으로 의료와 교육 봉사를 하다 작년 작고했다.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고인의 행적은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과 함께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 계기가 됐다.

다른 수상자들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폐지 수집 등으로 어렵게 모은 재산을 기부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양손을 잃은 처지에서도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행을 베푼 장애인,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헌신적인 방문간호를 펼치는 기간제 간호사 등 수상자 대부분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웃을 위해 봉사와 선행을 생활처럼 실천해온 분들이었다.

이번 상은 행정안전부가 국민에게 추천을 받아 외부 인사가 중심이 된 심사위원회에서 수상자를 결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민추천포상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말로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포상은 지위가 높은 사람, 최고경영자(CEO), 유명인사 정도나 돼야 받을 수 있다거나 오랫동안 근무한 공무원이나 받는 것 정도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실시한 국민추천포상제는 이 같은 상황을 뒤집는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명분을 걸거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온 수상자들의 면면이 이런 평가를 뒷받침해 준다. 이런 사람들을 포상하게 되면 국민의 공감대가 커질 것이고 정부 포상의 가치와 영예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이번 포상은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사회라는 가치에도 부합된다. 직책이나 명성이 아니라 실제로 기여한 바에 따라 보상받는 공정사회의 핵심가치가 이번 포상에 반영돼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봉사와 나눔의 문화를 사회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이번 수상자 24명은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고 기부하는 등 선행을 일상생활처럼 해온 사람들이다. 거액의 재산을 기부한 사람도 있고, 많지는 않지만 전 재산을 기부하다시피 한 사람도 있다. 자기가 가진 재능으로 봉사한 사람도 있고, 이웃을 돕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며 틈날 때마다 봉사를 해온 사람도 있다.

이처럼 방법은 다양하지만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적을 수행했거나 자신이 누릴 수 있었던 것을 상당 부분 희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상자들은 남달리 여유가 있거나 능력이 있어서 봉사를 하고 기부를 한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충남 서산시의 강경환 씨는 양손을 잃은 중증장애인이면서도 꿋꿋이 염전을 일구면서 여기서 얻은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속적으로 이웃에게 기부했다. 또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혜택까지 스스로 마다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번지르르한 말을 앞세우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필자도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셋째,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뉴스를 보면 우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어려운 경제 사정도 앞으로 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의에 빠져 있던 사람들, 회의와 냉소에 젖어 있던 사람들이 이런 미담을 접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고 긍정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번 국민추천포상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사회 곳곳에 있는 숨은 공로자를 더 많이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정부포상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황윤원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