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자력 마피아’가 安全委 장악해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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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발생 15일째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멈추지 않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1호기는 설계수명을 넘긴 설비를 연장해 사용하던 것이다. 이러한 원전을 계속 운전할 때는 특별한 안전조치를 강구했어야 한다. 일본 원자력계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다 최악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경제산업성의 외청인 원자력보안안전원이 진흥과 규제를 같이 담당하고 있는 점도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 여당은 어제 원자력 안전 규제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의 행정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7월 설치하고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원자력안전국을 떼어내 원자력안전위원회로 독립시키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서는 진흥과 규제를 엄격히 구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이 맡는 원자력 발전 업무와, 새로 구성되는 원자력안전위의 규제 업무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조직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

정부와 한수원은 “한국 원전은 일본 원전과 달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장담보다는 어떤 위험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원전이 일본 원전이 당했던 재해와는 다른 충격이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원자력안전위를 출범시킬 때 중요한 것은 인적 구성이다. 과학기술계 여러 분야 중에서도 원자력계는 결속력이 강해 ‘마피아’란 말이 나올 정도다. 원자력계 인사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하면 원자력의 운영과 안전규제 사이에 칸막이를 치는 효과가 증발해 버릴 수도 있다. 이에 따른 집단사고(group thinking) 또는 집단이익 추구의 폐해가 우려된다.

원자력의 안전 업무가 마피아처럼 일사불란하게 흐르다 보면 위험 예측에 소홀해지기 쉽다. 원자력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위원을 인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자력의 전문성을 넘어서 객관성, 균형감각, 비원자력 분야의 전문성을 아우르는 진용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듯 시민운동단체까지 끼워 넣는 것은 원전 문제의 이념화를 불러 원전 정책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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