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이지 않는 전쟁’ 정보戰에서 이기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국방부가 어제 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는 천안함 폭침 3일 전에 북한 잠수정이 기지를 떠난 사실을 우리 군(軍)이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우리 군은 대잠(對潛) 대비 태세를 발령하지 않았다. 백서는 또 천안함 폭침 한 달 전에 북한군의 도발 징후가 없다는 이유로 강화해 놓았던 대비 태세를 해제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가 북한을 상대로 한 정보전에서 진 것이 천안함 피격으로 이어졌음을 말해준다.

군사 정보를 신속히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국가방위를 위해 필수적인 전력이다. 군이 아무리 병력을 많이 보유하고 탁월한 군사 장비를 갖췄다고 해도 정보 능력이 부족하면 적(敵)을 이길 수 없다. 반면에 정보전에서 앞서 있으면 부족한 장비와 병력으로도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음을 전사(戰史)는 보여주고 있다.

정보전의 승패는 각종 장비나 인적(人的)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군과 정보기관이 오랜 경험과 정확한 판단능력을 지닌 정보 분석 요원들을 다수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보 분석 요원들이 단지 책임을 모면하는 데 급급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정보 판단을 하게 되면 우리의 방어 태세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천안함 사태 이전에 우리 정보기관들은 그런 보고를 많이 내놓았다. 천안함 폭침 때도 그래서 당한 것이다.

‘정보의 정치적 독립’도 중요하다. 정보 능력은 정권 차원을 뛰어넘는 국가안보의 초석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보기관이 이리저리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은 정보의 문외한인 측근들을 국가정보원장에 임명해 정보기관을 ‘정치의 시녀’로 만들었다. 좌파 정권 때의 국가정보원장들이 ‘햇볕정책 전도사’를 자처하며 대북(對北) 감시 체제를 약화시킨 것은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그때 무너진 대북 정보시스템은 지금도 제대로 복원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해야 할 일인 대북관계 관리업무를 국가정보원이 차장 1명을 더 두고 수행하는 것도 역할 왜곡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정부가 임명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유임했다. 에드가 후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48년간 재직하면서 8명의 대통령을 보좌했다. 정보의 세계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전문성과 업무능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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