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대통령, 28개월간 야당 대표 안 만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는 요즘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다. 민주당에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3개월여가 지났지만 대통령이 손 대표를 만난 적은 없다. 이 대통령이 2008년 9월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이른바 ‘영수(領袖)회담’을 한 이후 28개월이 지났다. 그때 합의문에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수시 회동’이 명시돼 있었으나 합의는 28개월간 실행되지 않았다.

우리처럼 대통령중심제인 미국의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과 수시로 통화를 하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현안을 조율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역사적인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엔 대야(對野) 직접 소통이 큰 몫을 했다. 영국 일본 등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여야 수뇌부가 국회에서 수시로 만난다. 우리처럼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의 만남이 이례적 뉴스가 되는 나라는 선진국 중엔 거의 없다.

이 대통령은 최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요청하기 위해 민주당 소속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라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다른 야당 인사들도 우호적 평가를 했다. 이 대통령은 “여권은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하는 것은 무한책임을 지는 솔선수범의 자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당정청 수뇌부를 만나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주문했다. 개헌을 하자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전체 의석의 57.8%를 차지하는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으로는 불가능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도 야당 의원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과 대야 소통 문제를 논의한 만큼 오늘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불통(不通)의 정치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정세균 전 대표는 2009년 12월 “4대강 관련 영수회담이 아니면 응할 수 없다”며 대화의 기회를 차버렸다. 야당 지도자들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어떤 경우에든 대통령을 만나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민의를 전하고 대통령을 역(逆)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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