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희제]‘광저우 선상 술자리’의 진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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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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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가 차기 인천 아시아경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국회의원 등을 초청해 중국 광저우 현지에서 마련한 행사 도중 ‘선상 술판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치권에 논란이 일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주민들이 비탄에 빠진 상황에서 인천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람선에서 관광하면서 술을 마신 것은 문제라는 것이 소문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마침 기자도 국회의원이 탄 유람선 현장에 있었다. 기자가 지켜본 ‘현장 상황’은 소문과는 달랐다. 조직위는 26일 광저우 시내 호텔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의 밤’을 열었고 이 행사 직후 초청 인사를 위해 ‘주장(珠江) 강 유람’ 코스를 마련했다.

유람선에 올라 1시간가량 야경을 감상하는 도중 선내 기온이 올라가자 조직위는 뜨거운 중국차 대신 중국 맥주 두세 병을 국회의원이 앉아 있는 테이블 두 곳으로 가져왔다. 기자와 마주앉은 의원 가운데 한 명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한두 모금 마셨다. 뒤편에 앉은 국회의원들은 무언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술판’ 분위기와는 전혀 달라 이를 ‘유람선 술판’으로 매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현장에 있었던 의원들과 조직위 관계자들은 주장 강 유람선 관광이 국회의원들의 선상 파티로 둔갑해 인터넷에 떠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황당해했다. 이틀 뒤인 28일 민주당 인천시당은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람선에서 중국술을 마시는 사진과 동영상을 갖고 있다. 연평도 주민을 생각한다면 유람선에서 술판을 벌인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하지만 광저우에 동행한 민주당 의원들조차 같은 당 인천시당이 내놓은 논평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인천시당이 사실을 왜곡해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지원을 요청해야 할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 의원들도 조직위의 초청을 받아 광저우에 갔기 때문에 민주당 인천시당이 선상 파티의 진상을 알려면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인터넷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상대방 당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광저우 선상 파티 괴담을 작정하고 퍼뜨린 의도가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로 물의를 빚은 송영길 인천시장의 연평도 ‘폭탄주 발언’을 물타기 하기 위한 것이라면 구태 정치 행태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박희제 사회부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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