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그제 국방위원회 검열단 명의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진상 공개장’이라는 것을 내놨다. 2개월에 걸친 우리 민군(民軍)합동조사단의 과학적 조사결과와 최종보고서를 전면 부정하는 내용이다. 검열단은 천안함 발표 내용을 13개 항목으로 나눠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강변했다. 잠수정을 동원한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해군 장병 46명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범죄 집단이 사건의 진상을 공개한다는 것부터 어처구니없다.
북한 어뢰는 알루미늄 합금이 아닌 강철 합금으로 만든 ‘주체 어뢰’라면서 어뢰 표본을 남측에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나 천안함을 공격한 CHT-02 어뢰의 고정타 및 축은 철이고 프로펠러는 알루미늄 합금이라는 게 우리 조사단의 설명이다. 북한은 어뢰 추진체에서 폭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1번’글씨의 잉크가 고열에도 증발하지 않은 점, 숫자는 펜으로 쓰지 않으며 ‘번’이 아닌 ‘호’를 붙인다는 점을 ‘조작의 근거’로 내세웠다. 천안함의 우현 스크루만 변형된 것은 좌초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피격 당시 우리 병사들이 보았다는 물기둥은 강압에 의한 허위진술이라고 억지를 썼다. 남한의 종북(從北) 좌파세력이 제기한 의혹을 뒤섞어 짜깁기한 것 같다.
북한 국방위 검열단은 초기에 천안함 사건을 자기들이 조사하겠다며 파견하려던 조직이다. 중간발표 직후에는 같은 국방위 정책국이 평양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런 증거자료도 없이 ‘조작’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와 유엔사령부의 정전협정 틀 안에서의 공동조사에는 불응했다. 정말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북측 주장은 그동안 합동조사단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해명한 의혹사항을 재탕 삼탕한 것에 불과하다. 그동안 천안함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섰던 우리 사회의 종북 세력은 북측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한마디도 없다. 북한과 남측 동조세력이 서로 보태고 베끼는 바람에 천안함 의혹 제기의 원전(原典)이 김정일 집단인지 종북 세력인지조차 불분명해졌다. 북한이 천안함 의혹을 다시 들고 나와 대남 선전 자료로 삼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먹혀들어갈 소재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북의 ‘진상 공개장’은 우리 정부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천안함 사과’를 정면으로 거부한 새로운 도발이다. 이래 놓고 쌀을 달라고 손을 벌리니 낯짝이 두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