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성운]천안함 좌초설 주역, 국감서 ‘화성인’ 같은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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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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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그쪽에 전념한 적이 있습니다.”

‘폭발 분야에 종사한 적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의 질문에 대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답변이었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22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씨가 이날 증인으로 나온 것은 그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어뢰 소행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좌초설을 주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30여 년간 선박 인양 및 해상구조 활동을 벌인 ‘인양전문가’라는 그는 서해안 뻘에 쇳조각을 50일간 넣어뒀다가 꺼낸 뒤 어뢰추진체의 부식 정도와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유성 매직으로 글씨를 쓴 뒤 열을 가해 글씨가 사라졌다는 간단한 실험을 근거로 ‘1번’ 글씨 조작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수십 년간 군과 과학계에서 종사해온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군 합조단보다 인양전문가라는 그의 실험과 주장을 신뢰했다. 이 씨를 밀착 취재해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가 하면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어 국방부와 합조단이 거짓말을 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영향력 덕분인지 그는 누리꾼 사이에서 ‘천안함 사태의 미네르바’라고 불렸다.

그러나 이 씨는 그를 증인으로 부른 민주당 의원조차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천안함의 절단면이나 시신의 상태를 들어 천안함의 좌초를 주장해온 이 씨는 신학용 민주당 의원과의 일문일답에서 자신의 허상을 그대로 노출했다.

―군함이 어뢰에 피격된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폭발로 절단된 배에서 시체를 건져본 경험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폭발이 없더라도 강판이 두꺼운 배가 꺾어지는 것을 본 경험이 있습니까? / 고 정주영 회장이 둑을 막은 아산만에서 봤습니다. 25년 전인가, 그 이전인 것 같습니다.

이 씨는 ‘천안함 규모의 배로 폭발 실험을 해봤느냐’는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의 질문에는 “(앞으로)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어디서 천안함 규모의 배를 구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못했다. 급기야 ‘북한의 선박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는 “대청도 부근에서 북한의 선박을 구조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이북에 전달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민간인은 NLL을 넘을 수 없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우리는 지금 국적을 알 수 없는 분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유성운 정치부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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