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강주호]여성 수학자를 춤추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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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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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현실에 얼마나 중요하며 미래에 과연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일까. 수학이란 순수학문에 속하므로 실생활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는 ‘숫자의 유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학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몇 안 되는 기초 분야 중 하나이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인도인이 IT업계에 많이 진출하게 된 이유로는 인도 인구 중에서 2억∼3억 명이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점과 미국 실리콘밸리와의 시차가 12시간이란 두 가지 사실을 꼽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인도 수학의 강력한 힘이다. 인도는 아라비아 수의 종주국일뿐더러, 기초 수학교육에 엄청난 열정을 쏟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하듯이 인도에서는 19단을 어려서부터 학습시킨다. 이 연산학습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왼쪽 뇌와 숫자의 위치나 움직임을 기억하는 오른쪽 뇌를 골고루 발달시킨다.

수학, 특히 기초수학교육은 단지 수학이라는 학문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 지능의 기본 능력 향상과 수학이 기본이 되어 이루어지는 수많은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길러준다.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4000년의 수학사를 살펴보면 ‘수학의 힘이 국력’임을 실감한다. 시대마다 세계를 제패하던 국가의 수학자와 그들의 업적은 사회가 요구하는 목표에 부응하며 발전했다.

수학의 중요성은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앞둔 한국에서 더욱 커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이나 수학 분야의 인재 양성은 수학의 중요성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수학계 여성 인력의 양성과 활용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수학계의 여성 인력 양성과 활용은 수치상으로는 많이 발전한 듯이 보인다. 1960년대에는 대학의 수학과에 진학하는 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으나 1980년대 들어서 여학생 비율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여 1990년대에는 거의 모든 대학의 수학과에 여학생 비율이 50%를 넘는다. 수학 분야 박사학위 취득 여성 비율은 현재 30%에 달한다.

여성 인력이 수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일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수학과를 나온 대부분의 여성은 교육 분야에 종사한다. 유소년과 청소년에게 여성의 고유함과 섬세함으로 접근하여 수학의 어려움을 넘어서도록 지도하는 강점을 소유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여성 수학교사는 교육에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전문 연구기관의 여성 수학자 고용비율은 11%로 현저히 떨어진다. 공학 금융 의료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수학자를 필요로 하지만 박사학위 취득 후 미취업과 경력의 단절로 인한 좌절감, 결혼 후 가사와 육아 그리고 자녀교육 문제로 인한 연구와 활동의 제약, 역할모델의 부족이 여성 수학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성 수학자를 비롯한 모든 여성 과학자는 자신의 두뇌를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기에 나머지 부분을 채워주는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여성 과학자나 여성 수학자를 위한 사회적 장치를 개발하고 정착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유능한 인력을 사장시킬 것이다.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길러낸 인재를 한순간에 잃는 셈이다.

수학의 힘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그 힘을 가진 나라가 세계를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여성 수학자의 힘을 왕성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우수한 여성 수학자가 많다. 이들을 충분히 활용하면 한국은 인도를 능가하는 IT 강국이 될 수 있다.

강주호 대구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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