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기문]정부의 中企지원 약속, 예외 없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쌀쌀한 날씨에도 경기도 반월공단에 위치한 중소기업의 자재창고가 정부 고위 공무원과 중소기업인으로 가득 찼다. 2008년 11월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어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자 이명박 대통령께서 정부조달 시장의 구매력을 활용하여 중소기업의 판매난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현장대책회의’를 소집했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새 정부가 경제대통령과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슬로건으로 경제 회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중시했음에도 내수침체와 자금난이 지속돼 중소기업은 별다른 변화의 기미를 느끼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날 현장대책회의에 참석한 9개 정부 부처는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공공구매 확대, 납품대금의 신속한 지급, 영세 소기업의 공공시장 참여 확대,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도의 이행력 제고 및 중소기업 이행보증료 인하를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 확대방안’을 대통령께 보고했다. 대통령께서는 “정부정책이 바닥까지 흘러내려 오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약속했다.

현장대책회의를 개최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정부 등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규모가 79조8000억 원이라고 발표됐다. 2008년도에는 61조3000억 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30%나 증가한 규모다. 올해도 중소기업청은 80조 원 구매를 목표로 중소기업 제품 의무 구매기관을 163개에서 205개로 확대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제도도 많이 개선됐다. 국토해양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판로지원법이 제정되어 공사용 자재의 분리 발주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또 중소기업이 개발한 우수 품질의 공동상표 제품 구매를 늘리기 위해 수의계약제도를 도입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도 대기업슈퍼마켓(SSM) 문제 등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점차 현실화되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중소기업인에게 약속한 대부분의 사항이 차질 없이 추진되는 모습을 보면서 중소기업인도 스스로의 경쟁력 향상을 통하여 국가 경제에 기여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1사 1인 고용운동’과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서는 등 중소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확산되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장대책회의’ 보고사항 중 중소기업의 이행보증 부담 완화 약속은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공사용 자재에 대한 분리 발주를 기피한다.

대통령의 약속일지라도 의지만으로는 지켜질 수 없음을 국민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뛰어줄 때 국민이 정부정책을 신뢰하고 따르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서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7.8%로 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모드로 전환되는 중이라고 한다.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하여 위기 극복에 노력한 결과이다. 한 축을 중소기업이 담당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실천으로 확인되고 중소기업은 신뢰와 지지를 묵묵히 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답함으로써 4만 달러 시대가 조기에 달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