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 발령 이후 우울증으로 병가를 썼다 복직한 지 한 달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과 관련해 유족에게 순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지난해 10월 숨진 교육공무원 A 씨의 배우자 B 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불승인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2006년 지방 교육행정 공무원으로 임용돼 교육지원청과 문화관, 도서관 등을 거쳐 2022년 1월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같은 해 3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질병 휴직에 들어갔고 4개월 뒤인 7월 도서관으로 발령받아 복귀했다. 하지만 복직 한 달 만인 8월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됐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다. A 씨는 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던 2022년 1월 한 달간 44시간의 시간 외 근무를 했고, 2월에도 22시간의 초과 근무를 했다. 그는 3월 병원 진료 과정에서 “일요일에도 출근했고, 전날에도 관사에 남아 있었다”며 “행정실장 업무가 처음이라 낯설고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혁신처는 업무 자체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과중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 수행으로 인식 능력이 저하됐다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순직유족급여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씨의 진료기록과 주변 정황을 종합해 “A 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 능력과 행위 선택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022년 1~2월 추가 근무가 이어진 점과 가족에게 업무 고충을 반복해 토로한 점을 종합해 A 씨의 우울증이 이 시기부터 재발·악화됐다고 판단하며 “업무상 부담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른 요인과 겹쳐 작용해 우울증이 재발하고 악화됐다면, 그로 인한 자살 역시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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