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변 못 본 신생아…늦지 않은 진단이 아이를 살렸다

  • 동아일보

최윤미 인하대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히르슈슈프룽병 치료를 위해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최윤미 인하대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히르슈슈프룽병 치료를 위해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생후 24시간이 지나도록 태변을 보지 못한 한 신생아는 출생 직후 정밀검사를 받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부 팽만이 심해졌고, 간헐적인 구토 증상도 나타나면서 의료진은 장 기능 이상을 의심했다.

최윤미 인하대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복부 엑스레이(X-ray)와 대장조영술을 시행해 장의 협착이 의심되는 부위를 확인한 뒤 직장 생체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신생아는 히르슈슈프룽병(Hirschsprung disease·선천성 거대결장증)으로 진단됐다. 히르슈슈프룽병은 태어날 때부터 장의 일부에 신경세포가 없어 변이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못하는 선천성 장 질환이다.

이 신생아는 복강경과 항문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을 받았다. 신경세포가 없는 장을 절제하고 정상 장을 항문 가까이로 내려 연결하는 방식이다. 수술 후 이틀이 지나 정상 수유가 가능해졌고, 일주일이 되기 전 퇴원해 안정적인 회복 과정을 밟았다.

히르슈슈프룽병은 장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절세포가 특정 구간에 존재하지 않아 발생한다. 이 신경세포는 태아 시기에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이동하며 대장을 채우는데, 이동이 중간에 멈추면 하부 장에 신경세포가 남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해당 구간에서 연동운동이 일어나지 않아 변이 지나가지 못하고, 그 위쪽 장이 확장되면서 복부 팽만, 태변 지연,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경세포가 없는 범위가 짧으면 배변 지연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범위가 넓을 경우 구토나 체중 증가 지연, 장염 등 비교적 심한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어 병변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단순 복부 X-ray에서는 막힌 부위 위쪽 장이 늘어난 모습이 관찰될 수 있고, 대장조영술에서는 조영제가 통과하지 못하는 좁은 구간이 확인된다. 항문 내압 검사는 괄약근 반사의 유무를 통해 질환을 간접적으로 의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종 진단은 신경절세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직장 생체검사로 내려진다. 이 검사는 전문 기구와 해부학적 이해, 임상 경험이 요구돼 소아외과 전문의가 시행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협착 범위와 잔여 신경세포 유무, 하부 직장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수술 계획을 세운다. 최근에는 복강경과 항문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피부에 남는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은 신경세포가 없는 장을 제거하고 정상 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절제 범위를 불필요하게 넓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후에는 장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배변 횟수가 늘거나 묽은 변을 보는 경우도 있고, 장염이 동반되면 회복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 진단이 늦어 장이 과도하게 늘어난 상태였다면 회복에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대부분은 점차 안정적인 배변 패턴을 찾아간다.

최 교수는 “수술 직후에는 배변 변화로 부모가 불안해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정상화된다”며 “충분한 회복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라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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