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합참, ‘제2의 육본’ 체제로는 육·해·공 합동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합참의장은 군 서열 1번이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일하는 군인들은 합참의장 통제에 소극적이고 인사권을 쥔 자군(自軍) 총장에게 더 충성하는 편이다. 소속원들이 합참을 자군에 유리한 쪽으로만 끌고 가려고 할 경우 작전의 합동성 추구가 흔들리고 합참의장의 권위도 바로 설 수 없다.

합참에서는 육해공군의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이 갈등을 줄이려고 합참에 군령권(軍令權)을 준 1989년부터 육해공군 장교 비율을 대략 2.4 대 1 대 1로 한다는 불문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육군 장교가 절반을 넘어 ‘제2의 육본’이라는 말을 듣는다. 미군 합참의장은 3군이 돌아가면서 취임하지만 우리는 육군이 독점한다. 실권이 적은 합참차장만 해·공군이 교대로 맡는다. 천안함 사건은 바로 이렇게 육해공군이 따로 도는 합참 체제를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경보(警報)이다.

1990년대 우리 군이 휴전선을 요새화한 이래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북한의 침투는 어려워졌다. 그러자 북은 1996년 강릉 잠수함 사건, 1999년과 2002년 1, 2차 연평해전 같은 해상도발을 일으켰다. 1999년 북한이 서해해상분계선을 발표한 것은 북방한계선(NLL) 도발을 상시화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합참도 ‘수요 공급’이라는 경제 논리에 따라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육상 위기가 많을 땐 육군, 해상 충돌이 잦다면 해군 중심으로 유연하게 편성해야 한다.

합참 근무자들은 자군은 물론이고 타군 작전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급 영관 장교 때부터 자군과 합참 근무를 반복할 필요가 있다. 자군에서 오래 떨어져 나와 있는 근무자들이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합참 소속감이 강해진다. 그러자면 합참의장에게 이들의 진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정권(軍政權)을 어느 정도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대전은 합동전인 만큼 합동참모대학의 중요성도 각군 대학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합참의장은 최고의 합동전 전문가 중에서 나오는 것이 좋다. 이상의 현 합참의장은 이전까지 한 번도 합참에 근무한 적이 없다. 다른 주요 보직자들도 합참 근무경력이 길지 않다. 전문성보다는 나눠 먹기식 인사가 ‘주인의식 없는’ 합참을 만든 것이 아닌가. 어제 김태영 국방장관이 합참에 근무하는 해군 요원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내일 이명박 대통령은 건군 이래 최초로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한다. 현실에 맞게 합참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개혁의 시발점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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