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부패’, 공천 장사부터 뿌리 뽑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김충식 전남 해남군수(민주당) 관사에 9일 경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김 군수가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첩보에 따라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집 안을 뒤지자 옷장의 쇼핑백에서 500만 원짜리 돈다발이 무려 30개(1억5000만 원)가 나왔다. 서재 책상서랍에서는 4000만 원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김 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21일 민주당이 그를 해남군수 후보로 선출했으니 제정신인지 이해할 수 없다.

16일에는 한나라당에 경기 여주군수 공천을 신청한 이기수 여주군수가 같은 당 이범관 의원의 비서에게 현금 2억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가 이 의원의 신고로 붙잡혀 구속됐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지역토착 비리 관련 자치단체장 중에는 한나라당 지방선거 공천이 내정되거나 확정된 충남 당진군수와 경북 영양군수가 포함됐다. 두 군수는 공사 수주 등과 관련해 수억 원 상당의 대가를 받은 의혹이 있어 수사를 받아야 할 판이다.

6·2지방선거를 40일 앞두고 전국에서 돈 공천과 관련한 풍설이 난무하고 있다. ‘기초단체장 공천은 7당(當)6락(落)’(7억 원을 내야 공천을 받고 6억 원을 내면 못 받는다는 뜻)이고 ‘광역의원 공천은 3억 원’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3억 원은 광역의원이 4년 동안 받는 총보수와 비슷한 액수다. 공천 장사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지금까지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공천 비리는 여전하고 오가는 돈의 액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중앙정치의 먹이사슬 구조에 편입된 탓이다. 돈 주고 공천 받아 당선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각종 이권을 업자들에게 팔고 매관매직을 해서라도 선거 때 쓴 돈을 거둬들인다. 기초단체장 10명 중 4명이 비리 등으로 임기를 못 채우는 상황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가 생길 정도다.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부패가 사라져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여야는 비리 혐의가 있는 사람을 정치권에서 영구 추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정당국도 공천 비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때다.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돈 선거와 비리 후보를 심판해야만 뿌리부터 흔들리는 지방자치가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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