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금천]더 일찍 왔더라면… 아쉬운 정치권 ‘금양호 조문’

  • 동아일보

6일 오후 인천 남구 학익동 송도가족사랑병원 장례식장. 2일 인천 옹진군 대청도 해역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로 발견된 99t급 쌍끌이 어선 98금양호의 한국인 선원 김종평 씨(55)와 인도네시아 선원 람방 누르카효 씨(36)의 빈소에는 하루 종일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안상수 인천시장 등 여야 정치인들이 앞 다퉈 숨진 선원들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이들은 “천안함에서 실종된 사병들을 수색하는 의로운 일을 하고 사고를 당한 만큼 정부가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도록 돕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약속했다.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직원들도 누르카효 씨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98금양호가 소속된 회사인 금양수산 관계자와 98금양호와 함께 천안함 수색에 나섰던 97금양호 선장도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고개를 숙인 채 “죄송스럽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이들이 조금 더 일찍 방문해 사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따뜻하게 위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98금양호 실종자 9명 가운데 가장 먼저 시신이 발견된 김 씨의 빈소는 3일 차려졌지만 김 씨가 다니던 교회의 신도와 친지만 다녀갔을 뿐 5일까지 정치인 누구도 찾지 않았다. 해군과 해양경찰청 등이 보낸 조화만 빈소를 지켰을 뿐이다. 게다가 누르카효 씨의 빈소는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가족이 아무도 오지 않아 그동안 적막감만 감돌았다.

98금양호 선원들은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사고 해역에 2일 오후 도착해 2시간여에 걸쳐 수색작업을 마치고 조업을 재개하기 위해 대청도 해역으로 돌아가다 대청도 서쪽 30마일(약 56km) 해상에서 화물선과 부딪친 뒤 조난신호를 보내고 연락이 끊겼다. 이들은 바쁜 조업 일정에도 정부의 천안함 실종자 수색협조 요청에 모두 흔쾌히 동의하고 수색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98금양호 선원 모두 “내 동생, 아들과 같은 이들인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느냐”며 수색에 참가했다는 것이 금양수산의 설명이다.

해경과 해군이 경비함과 고속정 등을 동원해 98금양호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남은 실종자 7명의 생존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해군이 수중탐지기를 동원해 수색한 결과 98금양호는 수심 70m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체 인양은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가 이날 숨졌거나 실종된 선원 9명을 의사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한 일이다. 어느 목숨이든 귀하지 않은 목숨이 있겠는가.
―인천에서

황금천 사회부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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