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세종시 조형틀 어떻게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2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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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22일부터 26일까지 매일 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 머물던 세종시 논란이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권으로 번진 것입니다. 지금은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으로 국한돼 있지만 머지않아 그 불길은 정치권 전체로 옮겨 붙게 될 것입니다. 혹자는 세종시 문제를 정치가 아니라 정책이라고 했지만, 정치가 없는 정책은 존재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수정안을 지지하는 친이계와 원안을 지지하는 친박계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친이계는 원안으로 돼 있는 기존 당론을 수정안으로 바꾸고 싶어 하지만, 친박계는 당론 변경에 찬성할 수 없고 설사 당론이 바뀌더라도 반대할 것이라고 합니다. 친이계가 중립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당론 변경에 성공하더라도 국회의석 구도 상 친박계의 도움이 없이는 국회를 통과시키기란 불가능합니다. 친이계의 고민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인 김무성 의원이 대법원을 비롯한 7개 독립기관의 이전을 제시한 것을 계기로 절충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등 2, 3개의 정부 부처를 옮기자는 안과 아예 다음 대선 때 결정하도록 하자는 안, 수도 전체를 옮기자는 안까지 다양합니다. 수정안으로 당론 변경을 시도했다가 안 되면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친이계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친박계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일은 제품을 찍어내는 조형틀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 제왕적 군주제나 독재 하에서는 정부가 임의로 조형틀을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 같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정치라는 담금질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형틀의 모양이 조금 바뀔 수도, 많이 바뀔 수도 있고,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조형틀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세종시 원안도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입니다.

이제 또다시 세종시 조형틀을 바꾸려는 과정에 와 있습니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기왕이면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면서 우리 정치권이 좀더 성숙해지는 계기까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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