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小與’ 親李한나라 vs ‘巨野’ 親朴한나라·민주 연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어제와 그제 있었던 국회 대정부질문 광경은 이름만 여대야소(與大野小)일 뿐 실제로는 여소야대(與小野大)와 다름없는 우리 국회의 정파 판도를 보여줬다. 세종시 문제로 시종한 그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여당 의원 7명, 야당 의원 7명이 발언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 내용을 놓고 볼 때 세종시 원안에 찬성한 의원은 9명, 수정안에 찬성한 의원은 5명으로 ‘원안 찬성’ 쪽이 훨씬 우세했다. 세종시 문제에 관한 한 엄밀한 의미에서 수정안을 지지하는 여당은 한나라당(169석)에서 친박(친박근혜·50∼60석)을 뺀 ‘소수파’ 친이(친이명박)뿐이었다. 야당보다 더 매몰차게 정부를 몰아붙인 한나라당 친박 측이 민주당과 연합해 거대야당이 된 듯한 모양새였다.

어제 대정부질문에서도 친이와 ‘반(反)MB(이명박) 연합’으로 편이 갈려 세종시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동시에 정운찬 국무총리의 해임을 강력히 요구하자 친박 일각에서는 야당이 총리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경우 동조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총리해임 건의안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149명)의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이 동의하면 통과될 수 있다. 집권 여당의 의원들이 국무총리를 내쫓는 데 가담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니 같은 당 소속이라고 말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한나라당은 기본적인 정책노선을 공유하며 집권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듯하다. 일부 친박 의원은 “세종시 원안이야말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라며 수정 여부를 위한 토론 자체가 불가능한 성역인 것처럼 말한다. 같은 당에서도 의원마다 견해차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당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공감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분열상은 이마저 기대하기 힘들게 한다.

소설가 이문열 씨는 “같이 뭐 하러 한 당에 있나. 차라리 분당하지”라고 쏘아붙였다. 집권당 소속 의원들이 여당으로서 특혜적 지위를 누릴 때는 서로를 이용하면서 계파적 이해가 걸릴 때는 마주앉아 토론 협의조차 못할 사이라면 한지붕 밑에서 굳이 같이 살 이유가 있는가. 요즘 한나라당을 보면 각 정파가 각자의 비전을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 원리에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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