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의 세금탈루를 막기 위한 개인별 법인별 소득과 지출을 분석하는 시스템이 내년에 구축된다. 국세청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2010년 업무추진계획’을 보고하면서 고액재산가와 기업의 세금탈루를 집중 감시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세금탈루를 막는 것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선량한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국세청의 ‘소득지출분석시스템’이 작동하면 내년 5월 개인별 분석이 가능해지고 10월부터는 법인 과세자료가 종합 관리된다.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은 적은데 씀씀이가 크다면 소득을 줄여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출국 규제를 받는 고액체납자 수백 명이 해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일탈도 과세자료 관리 부실 때문에 생긴다.
신용카드 사용액, 부동산 주식 매입액 같은 다양한 전산정보를 분석하면 소득을 역추적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신고납부명세와 기업주의 재산변동 및 소비지출 자료를 분석하면 된다. 정부가 그동안 세금을 깎아주면서 안착시킨 신용카드소득공제제도, 현금영수증제도, 세(稅)파라치제도도 세원 파악에 도움을 줄 것이다.
어느 나라에나 지하경제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2004∼2005년 한국의 지하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2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33.2%) 멕시코(31.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우리 지하경제를 대략 270조 원, 조세부담률을 20%로 보면 54조 원의 세금이 범법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중 절반만이라도 세금으로 확보하면 조세 정의의 실현과 함께 나라 곳간도 더 튼튼해질 것이다. 국세청은 2000∼2008년 체납세금 162조 원의 38%인 62조 원을 결손 처리했다.
국세청은 올해 해외재산은닉 혐의자 84명을 조사해 3304억 원을 추징했다. 전문직 종사자 280명을 조사해 1253억 원을 거둬들인 것보다 역외(域外)탈세가 금액이 훨씬 크므로 집중 감시가 필요하다. 옛 정치인이나 재벌가의 자녀가 큰 소득이 없는데도 미국 등지에 저택을 구입했다는 폭로가 자주 나온 것은 그동안 이 분야의 세무 감시가 약했다는 의미다. 역외탈세 추적전담 센터와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를 통해 탈세 적발 실적을 올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