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인찬]원로-후배 개그맨 함께 웃은 ‘희극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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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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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차에서 내린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 씨가 레드 카펫 위를 걸어가자 300여 명의 청소년 팬이 탄성을 질렀다. 멀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이들은 포토존에 멈춰 사진 기자와 팬들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마치 영화제 개막식에 온 듯했다.

25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제1회 대한민국 희극인의 날’ 행사가 열렸다. 초저녁 쌀쌀한 날씨에도 그라운드 위에 설치한 간이 의자 1만 석이 거의 찼고, 송해 남보원 남철 남성남 김영하 씨 등 원로 코미디언 40여 명과 강호동 정준하 김병만 씨를 비롯한 후배 개그맨 5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30∼40년 차이가 나는 선배와 후배 희극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영화인의 날’은 1962년, ‘가수의 날’은 2006년 제정돼 매년 행사를 치르고 있다. 희극인들은 오래전부터 희극인의 날을 만들려고 했으나 마음이 모아지지 않았고 경비나 장소도 걸림돌이었다. 올해에는 ‘뽀식이’ 이용식 씨가 추진위원장을 맡아 발품을 팔았고 배우 출신인 이대엽 성남시장의 지원에 힘입어 결실을 보게 됐다.

행사는 인기 코미디 영상물 상영, 선배 코미디언에 대한 핸드프린팅 증정식, 개그맨들의 축하 공연과 그룹 ‘DJ DOC’, 남진, 마야 등 가수들의 노래로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대형 스크린의 흑백 영상에서는 1970, 80년대 인기를 모았던 남철 남성남 씨가 ‘왔다리갔다리 춤’을, 배삼룡 씨는 ‘개다리 춤’을 췄다. 3년째 폐렴으로 투병 중인 배 씨가 병상에 누워 있는 화면과 함께 ‘나는 다시 태어나도 삼룡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자막이 흐르자 행사장은 이내 숙연해졌다.

코미디언과 개그맨은 팬들에게 평생 웃음보따리를 던져준 이들이다. 희극인들은 “집안에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도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서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팬들은 그 웃음 뒤에 감춰진 슬픔을 모르기 일쑤이고, 그들이 어느 날 무대에서 사라져도 찾지 않는다. 배 씨도 병원비가 밀려 후배들이 모금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희극인들이 스스로 희극인의 날을 만들고자 한 것도 팬들과 더불어 즐겼던 그들의 웃음이 한때의 흥밋거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용식 씨는 “인기가 있을 때는 팬들이 환호하지만 무대를 내려가면 쉽게 잊힌다”며 “(이)주일이 형, 김형곤, 양종철 씨 등 먼저 간 희극인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로 코미디언 남성남 씨는 “평생 남에게 웃음을 주다 이제는 우리가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날의 의미를 각별하게 되새겼다. 남 씨의 말대로 내년 이날에는 팬들이 희극인들이 준 웃음에 답례를 해야 할 것 같다.

황인찬 문화부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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