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효원]‘도자비엔날레’ 명품축제로 키워야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6분


도자기를 처음 만든 곳은 중국(한나라)이되 최고 수준으로 격상시키면서 화려한 꽃을 피운 곳은 고려이다. 임진왜란 발발 후, 일본은 조선 도공 5만 명을 잡아갔다. 당시 일본에서 도자기는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장수에게 내리는 상으로 매우 귀한 물건이었다. 조선을 침공한 왜장이 가장 선호하는 약탈물이 도자기였으며 포로 가운데 도공은 끝까지 챙겼다. 일본으로 잡혀간 도공은 영주의 극진한 대접과 비호 아래 일본 도자기 산업을 구축한다.

17세기 동서양의 무역은 동인도 회사가 장악했다. 중국 도자기는 유럽에서 금값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게 팔리면서 일명 ‘하얀 금(white gold·白金)’으로 통했다. 그러나 1644년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서면서 극심한 혼란을 맞아 도자기 생산과 수출에 크나큰 차질이 생기자 일본 도자기를 수입한다. 일본은 1659년부터 18세기 중반까지 700만 개의 도자기를 유럽으로 수출하면서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한다.

한국인은 손재주가 좋고 생존력이 강하다. 도자기의 특성도 이 같은 한국인의 특성을 닮았다. 도자기는 부드러운 흙으로 빚지만 1300도의 가마에서 담금질된 후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아름답게 태어난다.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인 도자기 산업은 조선왕조 쇠퇴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의 문화말살정책 및 6·25전쟁을 거치면서 명맥이 거의 끊어졌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라는 선조의 최고 명품이 전설로 퇴색하고 말았다. 현대 도자기 시장을 일본 영국 독일 미국이 장악하여 한국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탈리아의 ‘파엔차’ 공모전은 112년 역사로 세계 도예 행사 중 가장 오래됐다. 2005년 54회 공모전에 62개국 865명의 작가가 1939점의 작품을 응모했으나 올해는 70개 국가에서 1726명의 작가가 3196점을 응모했다. 경기도는 도자 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2001년부터 세계도자비엔날레를 격년제로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5회인 비엔날레는 25일부터 한 달간 이천 광주 여주에서 ‘불의 모험’이란 주제로 개최된다. 지난해에는 2179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세계 도자문화의 최고봉을 즐길 수 있는 축제이자, 도자 강국의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이다.

서효원 도자진흥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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