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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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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사원이 요즘 쌀 직불금 감사와 관련해 국회의 국정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전윤철 전(前) 원장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감사원이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거나 ‘영혼 없는 감사원’이라는 자책의 말이 무성하다. 감사원의 위상이 이렇게 추락하기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감사원이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직불금 감사에 착수한 것부터가 적절치 못했다. 국민과 국회, 국무총리만 감사를 요청할 수 있을 뿐 청와대가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대목은 현행법 어디에도 없다. 감사원이 권력에 종속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무 거리낌 없이 감사를 요청했고, 감사원은 군말 없이 응했다. 감사원이 스스로를 청와대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기관쯤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직불금 감사 이후의 일처리는 더욱 한심했다.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짓기도 전에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와 대통령에게 미리 보고했다. 어디 그뿐인가. 석연치 않은 절차를 통해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관련 명단과 문서들까지 폐기해버렸다. 결과적으로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한 셈이다. 당시 감사원 고위관계자가 청와대를 오간 납득할 수 없는 인사(人事)도 상호 유착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감사원은 각성해야 한다. 엄정한 자체 감사를 통해 스스로 쌀 직불금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밝혀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오락가락 해명은 신뢰만 잃을 뿐이다. 아울러 권력에 휘둘리는 일이 없는지도 늘 성찰해야 한다. 감사원이 영혼을 잃으면 ‘바른 감사, 바른 나라’는 존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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