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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7일 0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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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 공연을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와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같이 미국 색채가 짙은 작품의 연주도 허용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음악은 백년숙적 관계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평을 냈다. 북 청중도 뜨거운 기립 박수로 미국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화답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지만 북한은 여러 면에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뉴욕필과 동행한 미국 언론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개방적인 자세를 취했다. ABC와 CNN방송은 북 당국의 안내로 불능화가 진행되고 있는 영변 핵시설을 상세히 취재해 방송했다. 물론 북이 2·13 북핵 합의를 성실히 이행 중임을 과시하기 위해 미 언론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 축하용으로 뉴욕필을 초청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진다.
북한이 진정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미 정부는 핵 프로그램 신고만 제대로 하면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북을 삭제할 준비가 돼 있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로 양국 관계를 정상화시켰듯이 뉴욕필 공연을 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
북은 2000년에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통해 미국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으나 핵 개발로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당시 북은 조명록 차수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합의한 ‘북-미 공동 코뮈니케’까지 휴지로 만들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 돼선 곤란하다. 북-미관계 정상화 없이는 북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만성적인 경제난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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