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칼럼/이동관]노대통령의 오기가 '김병준 사태' 불렀다

  • 입력 2006년 8월 2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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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학위논문 표절과 논문 '재탕'게재, 그리고 학위거래 의혹까지 샀던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오늘 자진사퇴했습니다. 임명된 지 13일 만입니다.

임명 5일 만에 물러난 이기준 씨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단명이고 현 정권 들어 3년 반 동안 6번째 교육부총리가 바뀌게 된 것입니다. "임기를 함께할 교육부총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던 임기 초 노무현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하게 된 셈입니다.

이런 인사파탄의 원인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민심과 거꾸로 가는 노 대통령의 오기(傲氣)와 소통(疏通)부재의 리더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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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부총리는 현 정권 출범 전부터 노 대통령의 정책가정교사 역할을 했던 '정책설계사'였습니다. 특히 지방분권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균형개발을 앞세워 전국토를 난(亂)개발해 국가자원배분구조를 왜곡하고 땅값 앙등을 초래했습니다. 그러고서는 '세금폭탄'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인 장본인입니다.

그런 점에서 5·31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표로 현 정권의 정책과 인사를 '정치적 탄핵'한 데 중대한 책임이 있는 인물인 것입니다.

그의 교육부총리 임명에는 여당 내에서 조차 반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데도 노 대통령은 군사 작전하듯 그를 전격 내정해 임명했습니다. 그 후유증이 인사파탄으로 결국 나타난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4월 이해찬 전 총리의 퇴진직후 '소통의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민의와 여론을 철저히 외면하는 인사패턴을 보면 결국 노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이란 "국민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 한다"는 푸념에 다름 아님이 다시 입증된 셈입니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자폐적 인사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문재인 전 청와대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해서는 안된다는 여권핵심인사의 진언(進言)에 대해서도 "내가 하는 일을 좀 지켜 봐 달라"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당내에서는 심지어 "문 전 수석을 임명하면 당이 깨질 것"이라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청와대는 문 전 수석의 임명도 밀어붙이겠다는 기류인 듯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정부 중요자리의 인사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시행착오와 국력소모는 고스란이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아마도 "여론에 밀리면 레임덕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민심을 거꾸로 가는 정치야 말로 레임덕을 재촉할 뿐입니다. 민심에 귀 기울이는 '소통의 정치'가 이뤄질 때 레임덕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파동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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