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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20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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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자신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이 같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시장 실패’ 이론보다는 반(反)세계화 또는 세계화 개혁론의 주창자로 더 유명하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으로 상징되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저개발국 빈곤 확대와 외환위기의 주범이라고 줄기차게 비난해 왔다. 세계은행 부총재 시절 IMF 관리들과 다투고 뛰쳐나온 뒤 저서 ‘세계화와 그 불만’을 내놓아 반대파로부터 ‘IMF와 내 불만’으로 제목을 바꾸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세계화는 사람들이 더 높은 생활 수준을 획득하도록 도왔지만 일자리가 파괴되고 생활이 더욱 불안정해지면서 많은 이들의 삶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측 못지않게, “학자로서 뷰티풀 마인드를 가졌으나 정책입안자로서는 아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에 스티글리츠 교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새 정부의 초대 해외경제 자문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그는 취임식 전후 새 대통령을 만나 참여정부의 대내외 경제정책에 대해 조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장보다는 분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노 당선자의 경제관도 이미 스티글리츠 교수의 이론에서 영향을 받았다니 직접 대면하면 얼마나 큰 깨침을 얻을지 능히 짐작된다.
▷문제는 노 당선자 역시 ‘레몬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스티글리츠 교수 말마따나 불완전 불균형한 정보는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 방문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국제정세에 어두울 것이라는 애먼 소리까지 들었던 당선자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화를 이해하고 더 좋은 자본주의를 원했으나 노 당선자도 그럴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 당선자가 스티글리츠 교수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그 반대편의 경제정책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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