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남출신 이부미 할머니 4억원 출연 장학회 설립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30분


실향민인 80대 할머니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평생 모은 전재산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함경남도 함주군이 고향인 이부미(李富美·82·부산 동래구 온천1동)할머니. 이 할머니는 11일 부산 동구 초량동 아리랑호텔에서 33년간 식당을 운영하면서 모은 4억원의 전재산을 출연해 ‘부미장학회’를 설립했다.

이 장학회는 2월23일 대학진학이 결정된 25명의 실향민 자녀들에게 1인당 8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두 차례씩 실향민 2세와 불우청소년 연구기관 등에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

온천동의 허름한 1층 단층집에서 아직도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 할머니는 ‘북청 물장수’로 유명한 함남 북청군 출신인 남편 이부원(李富垣·74년 작고)씨의 뜻에 따라 전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6·25전쟁 이후 재부(在釜) 함경도민회장 등을 역임한 남편 이씨의 평생소원은 실향민 2세들이 망향의 꿈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장학회를 설립해 지원하는 것이었다. 또 딸 이경숙씨(45·부산혜성학교 정신지체장애인 교사)가 도민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고마움의 보답이기도 하다.

이 할머니는 이날 장학회 출범행사도 극구 사양했으나 “공익사업은 사회에 공개해야 한다”는 주변의 설득에 간신히 동의했고 취재에도 응하지 않으려 했다.

두 번에 걸친 직장암 수술로 자신의 몸조차 가누기 힘든 이 할머니는 “실향민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그만 ‘빛’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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