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김홍경 '딴따라식' 한의학 강의 주부들 사로잡다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금오(金烏) 김홍경(50). 지난달 30일부터 방영 중인 EBS의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매주 월∼목 밤 10시40분)을 통해 어려운 한의학 지식을 쉽게 풀어놓는 그는 금까마귀라는 호(號)처럼 백조가 아닌 까마귀 스타일이다.

말총머리에 개량한복을 입은 그는 TV강의에서 속사포처럼 수다를 늘어놓는다. 조선조 3대 의성으로 꼽히는 사암선사의 비전침술인 ‘사암침법’을 복원한 한의학자로 보기엔 고개부터 갸웃해진다.

“전 한자공부도 제대로 못해 맨날 까먹는걸요. 대신 주부들에게 살살 애교를 부리는 것 하나는 잘 하죠.”

그의 한의학 강의는 ‘딴따라적’이다. 방청석을 메운 주부들이 포복절도할 정도의 인기를 끄는 데는 이런 강의스타일도 한몫한다. 체질론에 대해서 태음인은 뚱뚱하고 속이 냉하다고 ‘뚱냉체질’, 태양인은 마르고 속에 열이 많다고 ‘마열체질’이라는 식으로 풀어낸다. 쌀강정이나 밴댕이 쑥 등을 통해 음양의 이치를 설명한다. 또 에릭 시걸의 소설 ‘닥터스’나 영화 ‘서편제’, 한영애의 노래 ‘조율’ 같이 익숙한 작품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야한 농담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의 이런 쉬운 강의 덕분에 신맛은 끌어들이고 매운 맛은 발산한다는 ‘산수신산’(酸收辛散)이나 감정의 뜨고 가라앉음을 잘 살펴 병을 다스리라는 뜻의 ‘심정부침’(審情浮沈)은 벌써 PC통신에 등장하는 유행어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금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과거는 파란만장하다.

서울대 의대에 두차례 낙방한 뒤 1967년 경희대 한의학과에 과수석으로 입학했으나 한의사가 대접받지 못하던 상황에 대한 모멸감과 회의속에 3번이나 제적될 위기를 겪고 73년 가까스로 졸업했다. 대전에 개원한 뒤 술과 도박에 빠졌고 결국 폐결핵과 간경화로 건강마저 최악에 이른다.

75년에는 결혼과 도미유학을 약속했던 여성과 파혼하고 송광사로 출가했다가 6개월만에 환속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11년간 전국을 떠돌며 재야 스승들로부터 혹독한 도제식 수업으로 의술과 주역을 배웠다. 83년 수덕사 혜암방장으로부터 선문답 수행 도중 대학 때부터 매혹된 사암침법의 요체를 이해하게 된다. 이때부터 전국 한의대를 돌아다니며 방학기간 40일씩 사암침법 무료특강을 펼쳤고 ‘한의학계의 재야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5년전 자신이 내자(內子)로 여기고 미국유학까지 보내며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제자가 그의 곁을 떠나는 시련이 닥쳤다. 그는 이별의 고통을 잊기 위해 인도와 티벳으로 8개월간 도피성 여행을 떠나야했고 이때부터 말총머리를 하고 있다.

“한의학의 원리는 음양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담배와 술도 체질과 상황에 따라 독도 되고 약도 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상태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야 합니다.”

하지만 뚱뚱한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야한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 영양학자들은 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피해야한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음식이 건강에 좋다하면 너도나도 몰려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만경향이 있는 현대인에게는 신 음식보다는 매운 음식이 맞다고 일부러 뒤집어 설명한 것입니다. 자신의 체질과 감정상태를 잘 살펴서 적합한 음식과 약을 복용하라는 것이지 무작정 뭐를 먹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