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 새지평]OECD체제의 지혜

  • 입력 1996년 10월 22일 19시 59분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그 과정에서 습득한 행동양식과 사 고방식은 오늘날의 한국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새 시대에 적응하고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우리를 가능케 하였던 것들의 상당 부분을 버려야 한다. 이러한 자기변화는 무척이나 어렵고 고통스럽다. 성숙한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와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시장경제체 제의 정립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는 선진국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더욱 자명해진 다. 선진국의 사례들을 살펴볼 때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자체적인 힘으로 정치민주 화를 이룩하고 선진경제질서를 확립한 예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독일과 같은 나라들도 자체적인 노력보다는 외부의 여건변화와 외압에 의하여 비로소 근본 적인 변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 새 시대 적응의 고통 ▼ 일본과 독일은 19세기말까지만 해도 후발국들이었다. 이들은 명치유신과 비스마르 크의 철혈정치가 배태시킨 국가중심의 강력한 동원체제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성공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의 정치민주화와 경제정의는 희생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까지 독일과 일본의 경제체제는 거대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었고 정치는 군국주의와 파시즘으로 점철되었다. 이러한 체제는 전쟁에서의 참담한 패배와 외국의 군정통치 과정을 통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자율적인 시장경제의 원리와 체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강제적으로나마 습득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타파되었다. 미국 역시 선진경제질서를 확립하는데 있어서는 1930년대의 대공황이라는 외적 요 인이 절대적이었다. 1929년 증시의 폭락으로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대공황이 촉발 되기 이전의 미국경제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거대한 기업들의 독점체제로 운영됐다. 석유산업을 독점하던 록펠러, 사재(私財)로 군함을 건조하여 해군에 기증할 정도 의 재력을 갖고 있던 모건, 철강산업을 독점하던 카네기, 자동차왕 포드 등은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재벌들이었다. 그리고 당시 폭발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던 증권시장 은 거품경제를 형성시키고 불로소득과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을 부채질하면서 경제를 왜곡시키고 노동정신을 말살하였다. 그러나 1929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지속된 대공황은 거품경제를 제거한 것 은 물론 미국인들에게 노동의 중요성, 공평한 분배와 근검절약에 대한 중요성을 일 깨워 주었다. 대공황 기간에 미국은 재벌들을 해체시키고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으 며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개입(뉴딜정책)을 통하여 건전한 노동정신을 함양시키고공 정한 분배를 이룩했다. 1950년대 이후에 미국이 누려온 호황과 안정은 바로 이러한 뼈저린 경험을 통하여 혁신의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 「외압」을 변혁 호재로 ▼ 한국은 지금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전쟁을 또 겪을 수는 없다. 대공황을 겪어서도 안된다. 이 점에 있어서는 선진국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 서 선진국들이 전쟁과 대공황을 통하여 비로소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을 우리의 힘으 로 해내야 한다. 요즈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OECD 가입은 최소한의 외압을 통하여 우리내부의 변화를 유도해 보려는 시도다. 더구나 그것은 우리가 기왕 도입하고자 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서 벗어나길요구하는것 도아니다.우리는 이러한 외압을 오히려 우리 자신의 변화를 유도하는 호재로 활용하 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최소한의 고통과 변혁으로 선진국의 대열 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咸 在 鳳 <연세대교수·정치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