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샤넬백… 수입명품값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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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유로화 급등-원화 약세 탓”

수입 화장품 및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유로화가 급등한 가운데 북핵 리스크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북핵 리스크가 계속되면 수입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이달 1일부터 면세점과 백화점 매장에서 가격을 인상했다. 면세점에서 오른 제품이 더 많았다. 면세점 내 인기 상품인 핸드백 ‘클래식’ ‘2.55’백과 주요 클러치 모델, 지갑, 신발 등이 2∼8% 올랐다. 2.55백이 기존 5100달러(약 577만8300원)에서 5450달러(약 617만4850원)로 약 6% 인상됐다. 내국인이 주로 찾는 백화점 매장에서는 지갑, 구두 일부 품목이 인상 대상이 됐다. 클래식 기본 장지갑이 116만 원에서 124만 원으로 8만 원 비싸졌다.

샤넬의 가격 인상 원인으로는 유로화 급등이 지목되고 있다. 11일 기준 원-유로 환율은 1유로당 1360.25원으로 올해 1월 2일 1266.51원보다 7.4% 올랐다.

럭셔리 업계는 매년 1, 2회씩 본사 방침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다. 인건비, 원재료 값도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지만 최근에는 환율에 더 민감한 편이다. 해외 직접구매 같은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 격차가 조금만 나더라도 한 국가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새 원-유로 환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15년 4월이었다. 당시 1유로당 1152원 선까지 떨어졌다. 중국과 아시아에서는 유럽으로 쇼핑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정도였다. 당시 샤넬은 ‘가격 조화(하모니제이션)’ 정책 카드를 꺼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가격을 비슷하게 책정한다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매년 5월과 9월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최근 유로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자 일본에서는 이미 유럽 브랜드 가격이 줄줄이 상승한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8월부터 샤넬은 6∼9%, 카르티에는 5%, 조지 젠슨도 5%가량 각각 가격이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로화는 급등하고 엔화가 비교적 약세를 보이면서 다른 나라와 가격을 맞추기 위해 유럽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달러화는 최근 세계적으로 약세지만 국내의 경우 북핵 리스크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성도 크다는 게 수입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 에스티로더그룹의 에스티로더, 맥, 아베다 등의 국내 가격은 제품당 1000∼3000원 올랐다. 약 2∼10% 오른 셈이다.

이달부터 가격이 2% 오른 에스티로더의 ‘갈색병’ 에센스. 에스티로더 홈페이지 캡처
이달부터 가격이 2% 오른 에스티로더의 ‘갈색병’ 에센스. 에스티로더 홈페이지 캡처
에스티로더는 이달 1일부터 이른바 ‘갈색병’으로 불리는 인기 제품인 ‘어드밴스트 나이트 리페어 에센스’(30mL)의 가격을 9만7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2% 올렸다. 에스티로더의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은 13만9000원에서 14만 원, 맥의 ‘미네랄 리치 립스틱’은 3만4000원에서 3만6000원이 됐다. 맥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제품 가격을 검토해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수입명품값#환율#유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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