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만화 그리기가 어느덧 14년째입니다. 만화를 그리기 전에는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이렇게 과학에 관심이 있을 줄 예상 못 했습니다.”
2일 방문한 서울 한양대의 한 연구실. 덥수룩한 수염에 파란 모자를 눌러쓴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48·사진)가 5명의 고등학생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신 교수가 그린 대학 교양강좌를 위한 만화책 ‘신(新) 생물학 완전정복’을 읽고 찾아온 것.
신 교수는 “책을 홍보한 적이 없는데도 학생들이 먼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진아 양재고 학생은 “생물 수업 시간에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되던 내용을 그림을 통해 확인하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대학 강의 교재도 만화로 만들었다. 직접 그린 ‘분자세포생물학’ 교재를 활용한 신 교수의 강의는 언제나 학생들이 앞다퉈 수강 신청을 하는 인기 강좌다. 방학 중인 지금은 2학기용 교재를 만들고 있다.
그가 처음 이공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건 1992년. 당시 ‘분자생물학회’의 뉴스레터에 3만 원 원고료를 받으며 ‘대학원생 블루스’라는 생활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공계에서 교수가 되려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후연구원(포닥·포스트닥터)을 거쳐 조교수 임용까지 긴 과정을 거친다. 10년이 넘는 긴 설움을 만화로 그려냈다.
그 이후 신 교수는 만화 시리즈 ‘블루스’를 자신의 학위 과정에 맞춰 꾸준히 그려 왔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대학원생 블루스’,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는 ‘포닭 블루스’ 등의 제목을 달고 연구 현장의 애환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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