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보장한다더니…日 샤프 인수한 훙하이 “7000명 감원”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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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샤프 인수를 결정한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이 인수 절차 마무리를 앞두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훙하이는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을 계열사로 둔 세계 최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자기업이다.

궈타이밍(郭臺銘) 훙하이 회장은 전날 대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장소를 바꾸고 사육사를 바꿔도 나쁜 계란만 낳는 닭은 필요 없다. 샤프는 존속시키겠지만 잘라야 할 사람은 자를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후에도 고용을 보장하겠다’던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그는 “일본 (경영) 방식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단호하게 없앨 것”이라며 일본식 경영의 특징인 연공서열과 종신고용 대신 개인별 성과 평가와 신상필벌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일본 내에서 확산되는 성과주의 흐름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샤프 사장으로 내정된 다이정우(戴正吳) 훙하이 부총재는 ‘국내외 직원 7000명 감원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7000명은 샤프 전체 직원 약 4만4000명의 16%에 해당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내에서 2000명, 해외에서 5000명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이 부총재는 “또 샤프에는 고비용과 비효율, 사치가 가득하다”며 직격탄을 날린 뒤 “비싼 부품을 가격 그대로 무기한 구매하고 있다. 납기와 코스트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샤프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부품 등을 훙하이 산하 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해 비용을 절감하고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샤프는 23일 오사카(大阪)에서 주총을 열고 훙하이그룹 편입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104년 역사의 샤프는 일본 전자 대기업 최초로 해외자본에 넘어갔다. 다카하시 고조(高橋興三) 샤프 사장은 “주주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없어 진심으로 죄송하다. 깊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훙하이로의 편입 절차는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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