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연예

[프리뷰]헛된 삶에 집착하는 현대인을 향한 우화

입력 2014-04-03 03:00업데이트 2014-04-03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리얼리티: 꿈의 미로’
영화 ‘리얼리티: 꿈의 미로’. 백두대간 제공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1929∼2007)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상의 이미지 자체가 실제를 대체하는 사태’. 보드리야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영화감독이 돼 자신의 이론을 알기 쉬운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도 3일 개봉하는 ‘리얼리티: 꿈의 미로’가 되지 않았을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생선을 파는 평범한 가장 루치아노(아니엘로 아레나). 평소 끼가 넘치는 루치아노는 결혼식에 여장을 하고 참가해 방송국 인기 리얼리티 쇼 ‘빅 브러더’ 관계자의 눈에 띈다. 짙은 화장을 지우고 일상으로 돌아와 생선을 팔던 루치아노는 쇼에 미련이 남아 오디션에 참가한다. 오디션 뒤 합격 소식을 고대하지만 방송국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

영화는 이때부터 가상의 현실에 목매 자신을 잃어버린 루치아노의 모습을 그린다. 그의 일상은 오디션에 대한 맹목적 기다림이 지배한다. 방송국 관계자가 지켜볼지 모른다며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거지에게 밥을 사준다. 착한 일을 해야 눈에 띈다는 생각에 세간을 모두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부인 마리아(로레다나 시미올리)와 동네 사람들은 망상이 극에 달한 루치아노가 정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한 사람의 영혼뿐 아니라 현대인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영화는 매스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둘러싸여 ‘보여지는’ 자신에 끊임없이 신경 쓰는 현대인을 위한 우화다.

감독은 결혼식과 리얼리티쇼를 묘사한 장면에선 화려한 색감을, 생선 냄새 나는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미니멀한 색채를 쓴다. 화려한 패션과 고대의 유적이 가득한 이탈리아 뒷골목의 민얼굴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로마의 여름’(2000년) ‘첫사랑’(2004년) 등으로 베니스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며 주목받은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2년 칸영화제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