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문선]조중연 축구협회장은 즉각 물러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신문선 명지대 교수·기록정보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신문선 명지대 교수·기록정보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솔직히 말하자.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3, 4위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완파하고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낸 뒤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들고 세리머니를 한 것은 숙적 일본을 이긴 것 이상으로 기분 좋게 한 장면 아니었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를 문제 삼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박종우 세리머니’는 우발적 사건

그 문구가 쓰인 종이도 박종우가 준비한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한국 관중이 흔든 응원도구였다. 관중이 건넨 것을 우연히 받은 선수가 박종우였을 뿐이다. 만약 박주영이나 구자철에게 건네졌다면 그들은 “정치적인 행위니까 하면 안 돼”라며 집어던졌을까? 그 일은 우발적인 해프닝이고, 박종우 아닌 누구라도 했을 법한 일이었다.

어떻든 IOC는 해당 국제 경기 연맹인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FIFA는 대한축구협회에 소명을 요구했다. 그런데 협회의 행보는 가관이었다. 국가적 자존심도 없고, 피와 땀을 흘린 우리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무감도 없었다. 그저 IOC 눈치,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협회는 문제의 종이는 응원도구였고 경기 종료 뒤 그에게 전달된 것은 정치적 목적에서가 아니라 승리를 자축하기 위한 우발적 행위라고 소명하면 될 일이었다. IOC가 독도를 언급하더라도 ‘독도는 우리 땅’이기 때문에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으며, 상업적 행위도 아니었고 종교적 목적도 없었다는 주장을 담백하게 했으면 될 사안이다.

하지만 협회 조중연 회장은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선수단 해단식에 박종우를 참여시키지 않았을뿐더러 사과의 뜻을 담은 공식 문서를 일본에 전달했다. 일본 언론은 조 회장의 문서를 근거로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사죄했다고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본 언론의 명백한 오보”라고 했지만 거짓말로 들통 났다.

조 회장이 보낸 문건에는 박종우의 행동을 ‘비신사적인 축하 행위(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라 단정 지었고 심심한 유감을 표했으며 이것도 모자라 ‘두 단체의 우호적인 관계를 고려해 너그럽게 이해하고 아량을 베풀어 주면 상당히 고맙겠다(Taking into account the good relationship recently established between KFA and JFA so far, your kind understanding and generosity would be highly appreciated)’라는 저자세의 굴욕적 수사들을 동원했다. 한마디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엄연한 사실과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차 버리는 행위였다.

日축구협에 사죄공문 말도 안돼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공문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공문
조 회장이 이끄는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수없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왔다. 작년 말 회계담당 직원의 횡령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이해 못할 행정처리(횡령 직원을 권고사직 처리하며 규정에도 없는 위로금 1억5000만 원 지급)로 비판받았으며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을 경질할 때는 계약기간의 잔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저급한 행위를 하였다. 승부조작으로 선수들이 제명당하고 목숨까지 버렸던 일이나 2009년 정기 연고전에서 고려대 축구부 감독의 심판 매수 사건 등 추문이 끊이지 않은 곳이 바로 협회이다.

조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냥 사퇴가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 축구를 만든 대원로 선배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축구 독재로 탄압받은 축구 동업자들에게 축구를 정치적으로 오염시킨 것을 통렬하게 사죄하며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한국 축구를 살리는 길이다.

[채널A 영상] “독도 세리머니 유감”…축구협회 ‘굴욕 편지’ 파문 커져

신문선 명지대 교수·기록정보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한국축구#조중연#대한축구협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