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굿바이,미쉐린 맨

  • 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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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 탓에 봄까지 입을 수 있는 화려하고 얇은 패딩 점퍼가 인기다. 촬영협조: XIX, 디스퀘어드2by 분더숍맨, A6, 나인식스뉴욕, 헤드스포츠, 컨버스. 헤어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모델: 신보라 박영대 기자
따뜻한 겨울 탓에 봄까지 입을 수 있는 화려하고 얇은 패딩 점퍼가 인기다. 촬영협조: XIX, 디스퀘어드2by 분더숍맨, A6, 나인식스뉴욕, 헤드스포츠, 컨버스. 헤어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모델: 신보라 박영대 기자
“내가 없는 겨울을 상상이라도 해봤어? 입대하는 장정들은 나를 입고 훈련소로 들어가지. 전지훈련 떠나는 운동선수들에게도 패딩 점퍼는 필수야. 드라마 ‘뉴하트’의 주인공인 탤런트 지성과 김민정이 제작진에게 패딩 점퍼 80벌을 선물했다고 하더군.”

패딩 점퍼가 우쭐대는 얘기를 듣고 있던 코트, ‘어퍼컷’을 날렸다.

“이보게. 지구 온난화로 이제 방한복 입는 시대는 지났다고. 타이어 광고 속 ‘미쉐린 맨’처럼 언제까지 사람들을 통통하게 만들 건가? 이제 당신은 끝났어!” 몸매 둔한 패딩 점퍼가 난감해하던 사이 형형색색의 날씬한 패딩 점퍼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새로운 패딩 점퍼의 시대를 알려주마. 이 뚱뚱한 아저씨부터 보내야지. 굿바이, 미쉐린 맨!”

○ 소재의 변화로 다양한 연출법 가능해져

추위를 이기기 위해 입었던 패딩 점퍼.

‘속을 채워 넣다’라는 패딩(Padding)의 단어 뜻에서 알 수 있듯이 패션보다는 오히려 방한복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던 패딩 점퍼가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의 패션사업실 박기웅 실장은 “올겨울 패딩 점퍼는 ‘Slim(날씬한 디자인)’, ‘Short(짧아진 길이)’, ‘Splendid(색의 화려함)’ 등 ‘3S’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슬림한 라인의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소재의 변화다. 오리털로 대표됐던 ‘다운’ 패딩 점퍼 대신 최근에는 압축 패딩이나 극세사 섬유인 ‘웰론’ 등 신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퀼팅(바느질 누빔)’ 무늬도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가로 퀼팅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다이아몬드 퀼팅, 벽돌 퀼팅, V자형 퀼팅 등 무늬만도 수십 개가 넘는다. 슬림을 강조한 세로 퀼팅이나 허리 부분에 아예 벨트가 있는 ‘벨티드 패딩’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허리 윗선까지 올라오는 짧은 점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패딩 점퍼가 주로 검은색과 흰색으로 밋밋했던 반면 최근에는 금색, 은색, 핑크 등 튀는 색은 물론이고 비닐을 덧씌워 광택을 낸 화려한 패딩이 인기다.

○ 봄에도 입어라?

패딩의 이런 변화는 패션 연출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타일리스트 서은영 씨는 “패딩 조끼에 ‘레이어드(겹쳐입기)’ 스타일을 연출하거나 짧은 패딩 점퍼에 레깅스나 스키니진, 부츠, 목걸이를 하는 등 패딩 점퍼를 하나의 패션 소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딩 점퍼가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급격한 매출 감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영캐주얼팀의 이태호 과장은 “과거 코트와 패딩 점퍼 판매량이 6 대 4였다면 지금은 8 대 2 정도로 패딩 점퍼의 판매가 부진하다”고 말했다. 따뜻하기만 한 걸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얘기다.

신세계백화점 영캐주얼팀의 박성희 바이어는 “계절 구분이 모호해진 만큼 굳이 겨울용이 아닌 봄에도 입을 수 있는 ‘비트윈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파격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의 패딩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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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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