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아이 만들기]<2>아이 입맛에 맞는 책 찾기

  • 입력 2005년 1월 2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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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책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 읽기가 싫어서, 책이 재미없어서 안 읽는다. 책을 읽게 하려는 학부모와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 속에서 책은 보물이 되기도 하고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한다.》

부모가 좋은 친구를 데려와서 사귀어 보라 한다고 아이들이 금방 그 친구를 사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좋은 책을 권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무조건 그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 엄마가 요리를 하면서 요리책을 함께 본다든지, 여행 가는 길에 여행 안내책자를 함께 본다든지 하는 것도 좋고, 동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인 경우에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책을 접하게 하는 것도 좋다. 자동차나 비행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는 자동차의 종류나 역사를 담은 책을 먼저 접하게 해 보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쉽게 책을 잡게 된다.

어린 시절 학교놀이를 좋아했던 나는 가끔 동생들을 빙 둘러앉게 하고 책을 읽어 주었다. 감정을 살려 책을 읽어 주다 보면 동생들도 나와 함께 동화 속 나라에서 모험을 하고 악당과 싸운다. 내 경우에는 동생들에게 계속 책을 읽어 주다가 독서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데, 이처럼 아이들 각자에게 맞는 책 읽기의 계기와 방법을 찾아 주는 것이 좋다. 그림을 좋아하면 책 속의 주인공을 그려 보게 하고, 시 낭송을 좋아하면 동시를 읽고 녹음을 해 보게 하면서 책을 곱씹게 하는 것은 어떨까?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맛이 있어야 먹는 것처럼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는 책을 읽힌다. 독서상담을 하다 보면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와 동일한 학년의 도서는 영 시큰둥해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아이의 학년보다 더 높은 학년의 책은 무리해서라도 읽게 하지만 더 어린 학년용 책은 기피한다.

한번은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옐라 마리의 ‘나무’라는 책을 권한 적이 있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 된 책이고, 한 그루의 나무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 나름대로 상상의 세계를 열어 갈 수 있는 책이었는데, 엄마의 반응은 ‘우리 아이를 뭐로 보시나? 그림책이라니…’ 하는 거였다. 그림책은 나이에 관계없이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는 내 설명은 허공을 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럴 때마다 쉬운 책을 거부하는 우리 학부모들의 편견을 어떻게 깨야 하나, 나의 고민이 자란다.

우리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책이 좋은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는 꼼꼼하게 뜯어보아야 하겠지만, 엄마가 급하게 끌고 가서 강제로 먹일 일은 아니다.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책과 ‘꼭 먹어야 할’ 책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 보고, 또 부모도 함께 책의 맛을 음미하면서 부드러운 것부터 천천히 즐기면서 먹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길주 문예원 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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