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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3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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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문화는 이처럼 지역마다 다르지만 정작 망자 스스로에게는 의미 없는 의식일 뿐이다. 다만 살아 있는 이들의 ‘효심’과 사회적 체면을 과시하기 위한 마당이 되기 쉽다.
우리나라에서 매장이 보편적인 장례풍습이 된 것은 유교적인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온대몬순지대에 살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농자천하지대본’인 나라에서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새 천년을 맞이하는 지금 매장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풍습이 될 수 없다. 국민 1인당 주거공간이 4.3평이라는 초고밀도 세상에 1인당 묘지면적이 19.35평이라니, 이를 두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사는 자리를 더럽히지 않는 것이 아름답게 사는 인생이라면 그 마지막 길을 훌훌 털고 가는 것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 유산을 남기지 않는 게 자손에게 가장 훌륭한 유산이라고 하는 세상이다. 소임을 다한 육신에 집착하여 내 후손이 살아갈 자리를 축내는 어리석음일랑 이제 그만 던져버려야 한다.
김승정(SK상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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