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게이트’ 터지나]“업자들 정치권 연줄 총동원해 민원”

입력 2006-08-22 03:00수정 2009-10-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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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 수사”
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21일 사행성 성인게임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지시했다. 이날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을 위해 민방위복을 입은 정 총장이 점심시간에 대검찰청 간부들과 함께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 이훈구 기자
서울동부지검이 8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성인게임 경품용 상품권 인증 및 지정 과정의 로비 의혹에 대해 광범위하게 내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상품권 발행 지정을 받으려 한 업체들이 정치권의 힘을 빌려 로비를 벌인 일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외압 정황 확보=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검의 첩보자료를 토대로 정치권 등의 로비 의혹에 대한 내사와 수사를 병행했다.

문화관광부 실무자에 대한 조사와 함께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이 인증제에서 지정제로 전환되는 과정의 자료를 입수한 것은 서울동부지검이 처음”이라며 “앞으로의 수사에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검찰은 문화부 실무자인 김모 전 과장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의 외압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과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으로부터 ‘특정 업체를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해 달라’는 민원과 청탁이 빗발쳤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

이에 따라 수사 방향은 크게 △문화부 △게임산업개발원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심의위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등으로 정해졌고, 내사와 수사가 진행됐다.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기관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지연과 학연을 총동원해 정치권을 통해 민원성 청탁을 했다는 정황이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전형적인 한국적 인연이 다 관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또한 경쟁업체 간의 음해성 소문도 포착됐다고 한다. 예를 들면 A업체는 누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식의 소문이었다. 지난해 7월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을 전면 취소하고 인증제에서 지정제로 바뀐 것도 탈락한 업체들이 갖가지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상품권 발행업체 자금 추적도 진행=당시 서울동부지검은 상품권 발행업체들의 자금 추적에도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이 10억 원도 되지 않는 등 재무 상황이 열악한 업체들이 수백억 원 규모의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성격이 불투명한 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올해 1월 상품권을 발행 한도를 초과해 발행한 싸이렉스사 대표 길모 씨를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에 자금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각 총판에서 일정액을 할당해 동원하는 방식으로 상품권 발행 지정을 위한 거액의 예치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일부 업체에는 폭력 조직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더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는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2개월여 만에 멈추고 말았다. 주임검사였던 이형철 당시 형사6부 부부장이 올해 2월 정기인사에서 광주지검 공안부장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

게다가 다단계 판매업체인 제이유그룹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형사 6부 소속 검사들이 모두 이 사건에 매달리게 되면서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일 여력이 없었다.

이 때문에 발행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로비나 업체의 자금원 및 실제 지분 관계 등에 대한 수사는 미제로 남겨 놓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동부지검의 수사자료는 21일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새 수사팀으로 넘겨질 예정이다. 캐비닛에 파묻힐 뻔했던 수사 파일이 6개월여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대검 첩보로 수사 착수=당시 수사는 검찰총장 직속의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이 지난해 12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모아 첩보자료 형태로 서울동부지검에 보내면서 시작됐다. 사실상 수사를 지시한 셈.

대검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아닌 서울동부지검에 수사를 맡긴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정치권의 로비 의혹에 관한 딱 부러진 내용이 없었던 데다 상품권 발행업체를 심사하고 지정하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서울동부지검 관할지역인 서울 광진구의 테크노마트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21일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는 것 자체가 워낙 큰 이권이어서 분명히 뭔가가 있다고 판단해 서울동부지검에 첩보자료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바다이야기만 봐도 허가를 받은 뒤에 매출액이 2000억 원이 넘고 순수익이 1000억 원대에 이르렀다”며 “(과거 분양 의혹 사건에 휘말렸던) 분당 파크뷰 하나 짓는 것보다 이익이 많이 나는데 업체들이 로비를 안 했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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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새 등급기준 고시 사흘전 통과▼

한나라당은 21일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에 여권 실세가 관련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 증거를 제시하면서 파상공세를 폈다.

한나라당 ‘도박 게이트 진상조사특위’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바다이야기 등 게임 심의 △경품용 상품권 업체 지정 △오락실 개설 △경품용 상품권 유통과정에서 여권 인사들이 전방위적으로 연루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의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바다이야기가 영등위를 통과한 것은 2004년 12월 28일로, 문화관광부의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 기준’ 고시일(2004년 12월 31일)의 사흘 전”이라며 “영등위가 바다이야기를 새로운 기준에 적용시키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사 일정을 조정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영등위가 까다로워진 새 기준이 적용되기 전에 의도적으로 바다이야기의 등급 심사를 실시해 통과시켰을 수 있다는 것으로 “제대로 심사를 했으면 바다이야기는 아예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

이재웅 의원은 지난해 8월 자본잠식 상태에서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S, H업체가 선정 후 한 달여 만에 서울보증보험에 각각 400여억 원의 예금을 담보로 맡겼다며 자금 출처를 문제 삼았다.

이들 업체는 이 예금 담보를 근거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으로부터 각각 850억 원, 923억 원의 상품권 발행한도를 허용받았다. 이 의원은 “이들 부실업체가 거액을 조달한 배경과 과정에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박형준 의원은 “2005년 성인오락실 사행성 문제가 급격하게 사회문제화되도록 만든 두 사건이 2004년 12월 28일 바다이야기 허가를 내준 것과 그 사흘 뒤 상품권이 인증제로 된 것인데 이것이 문화관광부의 정책 실패”라며 “2005년 7월 인증제에서 지정제로 바뀔 때 엄청난 로비 활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의원은 “영등위가 바다이야기를 허가해준 과정에서는 기계도 안 보고 서류만 보고 심의했다”며 심의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상품권 제도를 도입하는 중간에 불순한 요소가 개입했는데 1차적 책임은 문화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도박게이트 진상조사특위’는 이해찬 전 총리의 ‘3·1절 골프’ 멤버였던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삼미가 골프 회동 2주 뒤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것은 로비 의혹이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충환 의원은 “영등위의 올해 상반기 단속실적 160여 건 가운데 이번에 문제가 된 바다이야기는 한 건도 없었다”며 “바다이야기에 대한 영등위의 특혜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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