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委, 주5일제-공무원노조 합의 못해

  • 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39분


22일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공무원노조 허용 등 두 가지 안건이 끝내 합의되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노정(勞政) 관계가 크게 악화됨은 물론 합의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노사정위의 역할에 대한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합의 실패의 배경과 원인〓주5일 근무제의 경우 한국노총은 당초 주당 4시간분 임금과 상여금, 각종 수당(연월차와 생리 등) 항목을 법 부칙에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영자총협회는 기존 임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원칙만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이는 한국노총이 경총의 포괄적인 임금보전 약속을 믿지 못한 데다 경총은 한국노총의 요구를 들어주기에는 중소기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점을 우려한 때문이다.

노동부가 ‘주5일 근무제 실시 전후에 기존 임금이 감소되지 않는다’는 원칙적 문구를 넣되 노사간 논란이 됐던 연월차 및 생리 수당은 기업별로 자율 시행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냈으나 노사 모두 미흡하다며 반대해 노사정위는 안건의 정부 이송을 의결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계는 공무원노조의 경우 행정자치부가 ‘노조 명칭 불가’를 고수한 것은 새로 생기는 공무원 조직을 산하에 두고 관장하겠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노동계는 노조 명칭을 포기한다면 법이 정한 노동기본권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패 책임 논란과 이해득실〓현 정부의 공약사항이던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공무원노조 허용이 합의 입법에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협상의 주체였던 한국노총과 경총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지만 노사정위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위는 주5일 근무제의 경우 2년여 협상기간에 정부 입법 가능성이 몇 차례 있었지만 ‘합의 입법 가능성’을 계속 주장했다. 노사 합의가 어려웠던 2001년 12월에도 장영철 위원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합의 입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3자 합의가 실패한 것은 1998년 노사정위 발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현 정부의 ‘최대 현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노사정위의 위상은 크게 약화되고 앞으로도 제 구실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어나게 됐다.

한편 한국노총과 경총은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합의해 줄 경우 내부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 조직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상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입법 전망〓주5일 근무제는 공익위원안을 기준으로 노동부가, 공무원노조는 합의된 항목을 토대로 행자부가 정부 입법에 나서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발이 크고 올해 말 대통령선거라는 변수가 작용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법외노조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정부를 상대로 장외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주5일 근무제의 경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정부 입법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에 법안이 상정될 경우 대통령선거의 이해득실을 따져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근로시간(주5일) 협상일지▼

△1998년 2월6일 노사정 사회협약에 근로시간 단축 포함

△1998년 6월5일 노사정위원회에 근로시간위원회 설치

△1999년 6월25일 99년 말까지 법률개정하기로 노정 합의

△2000년 5월24일 노사정위 근로시간단축 특별위원회 출범

△2001년 9월28일 노사간 합의를 촉진하기 위해 공익안 제출

△2001년 12월12일 노사정위 합의대안 노사 양측에 제시

△2002년 4월25일 노사정위 조정안 노사 양측에 제시

△2002년 7월22일 노사정위 본회의 합의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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