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나이에도 소속팀과 4년 계약
“게임문화 알리는 것도 저의 역할
정체기 맞으면 독서로 해법 찾아”
머스크의 롤 대결 제안에도 자신감
18일 서울 종로구 치지직롤파크에서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팀 T1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관심을 주는 팬들에게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저를 가꾸는 게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넘어 e스포츠 업계 전체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페이커’ 이상혁 선수(29). 그는 18일 서울 종로구 치지직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부담으로 느껴질 때는 없는지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페이커는 출중한 게임 실력 외에도 기부나 독서 캠페인 등을 통해 자신을 우상으로 여기는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 200억 원대 연봉을 미끼로 영입 제안을 했지만 이를 거절한 이야기도 유명하다.
그는 e스포츠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소속팀 T1과 4년간의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대해 “프로게이머로서 아직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4년간 더 발전하고 스스로에게 증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더욱 노련해진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 “패배가 꼭 분하고 억울한 것만은 아니라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페이커가 소속된 T1은 지난달 리그오브레전드(LoL) 세계대회인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하며 LoL e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3연패를 달성했다. 통산 6번째 우승컵이다.
페이커는 이날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페이커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은 언제나 선수에게 뜻깊은 순간”이라며 “기회가 있고 충분히 보여 드릴 수 있다고 판단되면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모델 ‘그록5’와 LoL 최강 팀의 맞대결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내년에 대결한다면 저희(T1)가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방송 출연 등 대외 활동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하는 팬들의 여론에 대해선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해서 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기력을 유지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면서 (게임)문화를 알리는 활동에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페이커는 이날도 영감을 받는 원천으로 ‘책’을 꼽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한 번에 압축해서 볼 수 있다는 게 책의 좋은 점”이라며 “여기서 오는 인사이트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평온함이 있다”며 정체기가 찾아왔을 때 책을 통해 해법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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