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 영화 ‘후아유’와 63빌딩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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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엔 ‘공식’이 있다. 귀엽고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호감을 느끼고 티격태격하면서 정을 쌓는데 상영시간이 90분 정도 지나면 위기가 닥친다. 두 사람은 헤어지고 방황하지만 결국 서로가 운명적인 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만나 합친다.

그 같은 공식을 잘 변주(變奏)하려면 설정과 배경이 중요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배경과 설정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친근감과 매력이다. 관객에게 ‘저 이야기가 내 이야기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동시에 대리만족도 시켜줘야 하기 때문.

그래서 깎은 듯한 외모보다는 친근한 용모의 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클래식이나 헤비메탈보다는 재즈나 올드팝이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주인공 뒤로 낭만적인 풍경이 등장해야 한다는 점. 적당히 색다르고 매력적이면서도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로맨틱한 장소가 필요하다.


비록 대한민국 최고층 빌딩의 자리는 다른 건물에 내줬지만 한강변에서 석양을 반사하는 황금빛 63빌딩의 자태는 여전히 서울을 상징하는 풍경 중 하나다. 영화 ‘후아유’의 두 주인공이 그러했듯(오른쪽), 63빌딩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면 세계 어느 유명 도시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서울의 석양과 야경을 만날 수 있다. 박영대기자

서울에서 이런 곳을 찾으라면 어디를 가야 할까. 인터넷 게임을 통해 만난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후아유’(2002년 개봉)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지하 3층, 지상 60층, 지상으로부터 높이 249m)을 택했다.

영화는 60% 이상이 63빌딩에서 촬영됐다. 남녀 주인공 모두 63빌딩에서 일한다. 남자 주인공 형태(조승우)는 63빌딩 30층에 근무하는 게임 기획자고, 여주인공 인주(이나영)는 지하 1층 수족관의 다이버다. 두 사람은 63빌딩 내 지하수족관, 사무실 등에서 만나 미묘한 탐색전을 벌이고 다투며 프러포즈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홍보를 위해 영화 촬영을 지원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건물 전체가 영화 촬영장으로 개방된 것은 드문 일. 63빌딩으로서는 톡톡히 간접 광고를 한 셈이다. 63빌딩측은 58층 한 층을 영화 제작사측에 시중 임대료의 절반 이하 가격에 한 달간 빌려줬다.

1985년에 개관한 63빌딩은 ‘서울 최고층 빌딩’의 권위를 다른 건물들에게 내주면서 보통 사람들 곁으로 오히려 더 가까이 왔다. ‘후아유’에서는 형태가 63빌딩을 배경으로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포장마차 뒤의 풍경으로도 어색하지 않은 친숙한 건물이 된 것이다.

만약 영화의 배경이 현재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69층, 262m)이고 주인공이 그 앞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라면 분위기가 어땠을까?

지하철 1호선 대방역, 5호선 여의나루역과 여의도역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1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성인 기준으로 수족관은 1만500원(어린이 9000원), 전망대 6000원. 아이맥스영화관과 수족관, 전망대를 모두 볼 수 있는 종합관람권은 1만9000원이다. 주차요금과 교통편, 식당가 등 각종 정보가 63빌딩 인터넷 홈페이지(www.63city.co.kr)에 잘 정리돼 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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