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증언광고, 신뢰도 ´쑥´, 친근감 ´확´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7시 51분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KT의 증언광고 ‘정액요금제’편(사진 위)과 현대자동차 아반떼XD의 ‘진실’편. 증언광고는 대개 품질에 자신있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광고기법이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KT의 증언광고 ‘정액요금제’편(사진 위)과 현대자동차 아반떼XD의 ‘진실’편. 증언광고는 대개 품질에 자신있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광고기법이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준중형승용차 SM3가 나오자 현대자동차의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에 비상이 걸렸다.

‘르노삼성’이라는 이유로 차를 보지도 않고 구매 계약서에 도장 찍는 소비자들을 선두 주자인 아반떼XD로 돌려야 했다. 잘 생긴 모델 얼굴사진 옆의 도발적 카피 ‘생각만해도…’에도 대응해야 했다. 제일기획은 새 광고의 컨셉트를 ‘진실’로 정하고 아반떼XD 오너 중에서 모델을 찾기로 했다.

▽‘나는 ○○만 써요’〓비누 생리대 같은 생활용품 광고에서 즐겨 쓰는 기법인 증언(Testimonial)광고가 통신 자동차 등 첨단 제품과 서비스에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증언광고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큰 기업이 선택하는 기법. 시장에 나온 지 오래돼 소비자 사이에서 이미 평가가 난 제품이나, 일정 기간 품질 개선 노력을 한 뒤일 경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실제 사용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제일기획은 아반떼XD 고객 명단을 검색해 나은아씨(21·이화여대 관현악과 4년)를 모델로 내세웠다. 나씨가 차에서 내려 걷다가 흘끗 차를 뒤돌아보는 모습을 내보내며 ‘여성이 반하는 스타일’을 강조했다. 11일부터 방송을 타고 있는 2편에서도 아반떼XD의 오너인 쌍둥이 엄마 심지은씨(31·재활학교 교사)가 나와 두 아이를 차에 태우며 “안심하고 아이들을 태우고 다닙니다”라며 이 차의 안전성을 말한다.

제일기획 광고14팀 박호준 대리는 “이들은 실제 사용자였기 때문에 제품 컨셉트에 대한 별도 설명이 필요 없었다”며 “전문 모델이 아닌 이들의 다소 어설픈 연기가 제품의 친밀도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4000억원 썼거든요?〓LG텔레콤은 지난해부터 4000여억원을 들여 기지국을 늘려 통화품질을 높였다. 그러나 ‘019는 안 터진다’는 ‘첫인상’이 깊게 박힌 소비자는 알아주지 않았다. LG텔레콤의 광고 대행사 만보사는 “광고를 할 게 아니라 증거를 대자”고 결정했다. 직원들이 직접 019 사용자를 찾아 나서 대학생(지하철역) 주부(지하주차장) 노래방주인(지하노래방) 산악구조원(산 속)으로부터 “019 쓸 만하다”는 답변을 확보하는 데 성공, 광고의 호소력을 높였다.

만보사 광고전략본부 임정균 부장은 “증언광고에서는 모델을 찾는 게 전체 업무의 반을 차지한다”며 “모델들의 답변은 그동안 노력에 대한 성적표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진짜 하숙집 차릴까?〓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아마추어 모델이 나와 그럴듯하게 경험담을 늘어놓는 ‘유사 증언광고’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매달 일정액을 더 내면 시내·외전화를 무제한 쓸 수 있는 KT의 정액요금제 광고에서는 “시내고 시외고 팍팍 써도 안 무서워”라는 하숙집주인, “다시 연애하는 기분이에요”라는 주말부부가 나와 정액제요금을 ‘칭찬’한다.

광고제작사 휘닉스컴측은 주부 100명을 면접 조사해 정액제 요금이 실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지 분석한 뒤 하숙집주인 주말부부 등의 입장을 설정해 증언광고 효과를 냈다. 하숙집주인 역을 맡은 주부 양길순씨(54)는 촬영전 정액요금제의 장점에 대해 장시간 설명을 들은 뒤 “하숙집 차려서 용돈이나 벌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후문.

휘닉스컴 기획1팀 백용주 대리는 “‘광고〓거짓말’로 받아들이는 일반 광고와 달리 증언광고는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이 형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