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대세로 떠오른 동유럽 게임사들[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1일 10시 00분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유비소프트, 스퀘어에닉스 등 대형 게임사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할 정도로 많은 게임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동유럽 지역 게임사들이 호성적을 거두면서 새로운 글로벌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2. 출처 워호스 스튜디오
킹덤 컴 딜리버런스2. 출처 워호스 스튜디오

최근 출시 하루만에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면서 개발비를 모두 회수한 ‘킹덤컴 딜러버런스2’는 체코 개발사 워호스 스튜디오의 작품이고, 크래프톤의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모태가 된 게임인 ‘아르마’ 시리즈도 체코의 보헤미아 인터랙티브에서 개발한 게임입니다.

폴란드쪽도 쟁쟁합니다. ‘위쳐’ 시리즈, ‘사이버펑크2077’로 유명한 시디 프로젝트 레드가 가장 대표적이고, 극한의 한파로 무너진 세상에서 처절한 생존 경험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프로스트 펑크’ 시리즈를 개발한 11비트 스튜디오, 좀비와의 처절한 혈투를 그린 1인칭 호러 액션 게임 ‘다잉라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테크랜드도 폴란드 지역 개발사입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게임이 된 시디프로젝트레드의 더 위쳐3.  출처 게임동아
폴란드를 대표하는 게임이 된 시디프로젝트레드의 더 위쳐3. 출처 게임동아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개발사 GSC게임월드는 스토커 시리즈의 최신작 ‘스토커2 초르노빌의 그림자’를 전쟁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출시해 일주일만에 140만장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거둬 주목을 받았습니다.

‘발더스게이트3’나 ‘엘든링’, ‘마블 스파이더맨2’처럼 몇천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는 게임들을 내놓고 있는 북미, 서유럽, 일본 게임사들이 여전히 글로벌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기는 하나, 그동안 변방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동유럽에서도 글로벌 히트작들을 연이어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이처럼 동유럽 게임사들이 최근들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대형 게임사보다 적은 인원으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선보이는 양질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트리플A 게임들이 막대한 자본과 인원이 투입되면서 개발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도 대형 게임사 못지 않은 완성도와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참신한 게임성을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던지는 독특한 게임임성으로 화제가 된 프로스트펑크2. 출처 게임동아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던지는 독특한 게임임성으로 화제가 된 프로스트펑크2. 출처 게임동아

진짜 중세 시대를 직접 체험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킹덤컴 딜러버런스2’를 개발한 워호스 스튜디오는 직원 수가 200 여명에 불과한 중소 게임사이며, 모두를 살릴 수는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것이 덜 나쁜 선택일지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던지는 ‘프로스트펑크2’는 불과 90여명이 개발한 게임입니다.

특히, 서유럽에 비해 낮은 물가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적기 때문에, 저비용 고숙련 기술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되고 있습니다. 폴란드기업개발기구(PARP)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폴란드 게임 산업 종사자 수는 약 1만5000명이며, 인건비는 서유럽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덜하니 더 적은 개발비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더 적게 팔리더라도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죠.

‘킹덤컴 딜리버런스2’의 경우에는 트리플A 등급의 대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격이 6만원에 불과해, 요즘 8만원이 넘는 게임이 넘치는 상황에서 가격 대비 플레이 타임, 만족도가 높은 가성비 좋은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요즘 북미에서 서유럽으로 퍼지면서, 게임을 망치는 제일 큰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PC주의(다양성) 여파가 덜한 것도 동유럽 게임들이 고평가 받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킹덤컴 딜리버런스2’는 개발진들이 성별과 인종 관련 문화 전쟁에 지쳤다면서, 최근 PC주의 강조 흐름에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는 바람에 PC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억지스러운 PC주의 강요가 덜한 것이 동유럽 게임의 강점이 되고 있다. 출처 EA
억지스러운 PC주의 강요가 덜한 것이 동유럽 게임의 강점이 되고 있다. 출처 EA

동유럽 게임 이용자들이 스토리, 세계관의 완성도가 중요한 어드벤처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다보니, 현지 개발사들도 현실적인 세계관과 몰입감 있는 스토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억지스러운 PC주의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전체 인구의 90%가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는 폴란드처럼 동유럽 국가 대부분이 보수적인 성향인 천주교 혹은 정교회를 믿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엔씨소프트가 투자한 폴란드 개발사 버추얼 알케미_출처 버추얼 알케미. 출처 게임동아
엔씨소프트가 투자한 폴란드 개발사 버추얼 알케미_출처 버추얼 알케미. 출처 게임동아
이렇게 동유럽 개발사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보니,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동유럽 개발사 투자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폴란드 소재 개발사 버추얼알케미에 투자를 진행하고, 그들이 만들고 있는 중세 유럽 배경 게임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고, 크래프톤도 무려 435억 원을 투자해서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로 유명한 피플캔플라이의 지분 10%를 확보했습니다. 네오위즈도 시디 프로젝트 레드와 11비트 스튜디오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자카자네에 800만 달러(약 111억)를 투자했네요.

글로벌 매출 확대를 위해 해외 개발사로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동유럽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결과가 기대됩니다.

#대형 게임사#글로벌 게임#동유럽 게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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