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토어도 중국에게 먹혔다… 세계를 초토화시킨 중국 게임사들[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8일 10시 00분


알리와 테무의 습격이 무섭습니다. 국내 유통 시장이 초토화되고 있고, 공산품을 다루는 토종 유통업자들은 이들 해외 유통업체에 의해 줄도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가지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유통 시장까지 초토화시키는 중국 회사들을 보면, 규모의 경제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계는 어떨까요? 디지털 세상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콘텐츠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 시장이 중국에게 잠식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대만, 일본 할 것 없이 큰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여지없이 중국 게임에 장악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구글 플레이 중국 게임 매출 표기 / 구글 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발췌
구글 플레이 중국 게임 매출 표기 / 구글 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발췌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스토어를 들어가보면 심각성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2월 하순을 기준으로,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는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며, 2위는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입니다. 두 게임 모두 중국 게임사의 게임으로, 각각 First Fun와 Century Games PTE. LTD에서 개발했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퍼즐 게임인데, 접근성이 좋아서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죠. 마케팅 광고 폭탄을 퍼부어서 다른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입니다. 김종국 등의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여 시선을 사로잡기도 하고요.

매출 4위는 I9: 인페르노 나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레니우(Leniu)게임즈에서 내놓은 게임으로, 한국의 ‘리니지’ 시리즈와 흡사한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장르의 게임입니다. 8위는 ‘젠레스 존 제로’로, 중국 호요버스의 자회사인 COGNOSPHERE PTE. LTD.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14위 ‘라스트 Z: 서바이벌 슈터’, 15위 ‘씨사이드 익스케이프: 합성 & 스토리 게임’, 16위 ‘명조: 워더링 웨이브’, 17위 ‘탑 히어로즈’, 20위 ‘카피바라 Go!’도 중국 게임입니다.

무려 국내 매출 탑 20위권 내에, 중국 게임이 무려 9개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하게 바라봐야할 점은 각 장르별로 최상위권을 중국 게임사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퍼즐, MMORPG, 수집형 RPG, 서브컬처 게임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 게임들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한국 게임사 중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과 리니지2M, 리니지W로 MMORPG 장르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형국이고, 나머지 장르는 카카오게임즈나 넥슨 등의 게임사들이 버티고 있긴 하지만, 만약 자생력을 더 잃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해외 게임시장은 어떨까요? 일본 시장도 대만 시장도 중국 게임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대만은 애초에 대항할 자국의 게임 기업이 멸종하여, 해외 게임사들만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난공불락의 요새로 불리웠던 일본 시장도 매출 탑 10에 중국 게임이 6개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게임사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2025년 상반기 일본 애플 앱스토어 순위. 출처 게임동아
2025년 상반기 일본 애플 앱스토어 순위. 출처 게임동아

모바일 게임 뿐만이 아닙니다. 콘솔게임 부분도 중국의 약진이 매우 무섭습니다. 작년 중국에서 발매한 오공은 무려 매출이 1조도 넘게 나왔습니다. 이러다가 자칫 모든 게임 부분에서 중국에 밀릴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게임산업 전반에 크게 퍼지는 중입니다.

이렇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국.. 서비스 부분에서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발언이 되었던 소비자들을 법적으로보호하겠다 라는 부분도 이들 중국 게임사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중국 게임사들은 확률을 조작해도, 버그가 발생해도, 관련 내용으로 이슈가 되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국내 법 상으로 이들이 법규를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초에는 중국 게임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하 라스트 워)’이 유료 재화를 환불받은 이용자에게 재결제를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유료 재화를 환불받은 이용자의 ‘신용점수’를 차감한 뒤 게임 이용을 제한한 것인데, 논란이 생겨도 중국 개발사 측은 별다른 해명이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 니키. 출처 게임동아
중국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 니키. 출처 게임동아

동북공정 사태도 곧잘 발생합니다.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는 ‘한복’을 입은 게임 캐릭터를 그려낸 다음 ‘한복은 중국의 전통 의상을 모방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2022년 7월에는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 ‘문명 정복: Era of Conquest’는 페이스북 등의 SNS에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 속 장수로 표현한 광고를 내보내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이라고 표현한 중국 게임사. 출처 게임동아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이라고 표현한 중국 게임사. 출처 게임동아

이외에도 중국 모바일 게임에서는 가수 아이유와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도 출시된 중국 모바일 게임 ‘황제라 칭하라’에서는 아이유와 흡사한 캐릭터가 등장했고, 이 복장이 지난 2016년에 종영한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아이유가 입었던 한복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중국 게임사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지난해에 해외 게임 사업자가 국내에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오는 10월까지 유예기간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또 대리인을 두더라도 중국 게임사들의 횡포가 잘 막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해외 게임사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국 게임사들을 진흥시키고 보호해줘야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한국 게임을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하여, 해외의 게임사들과 겨룰 수 있도록 보듬어줘야 하겠습니다.

#게임#국내 스토어#게임시장#중국 게임사#중국 게임 장악#해외게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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