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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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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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비트코인 투자 열풍 이후로 이를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당국 및 금융권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이 심하고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20~30대 중심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이에 반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와 통제에 치중한 비트코인 정책

지난 4월 22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비트코인에 대한 발언이 크게 논란이 됐다. 은 위원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청년들이 하루에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함부로 뛰어드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청년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많은 사람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재산을 축적하기 어려운 2030 청년층에게 비트코인은 몇 안 되는 재산 증식 수단이라는 것이다. 비판이 고조되면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이처럼 비트코인에 관한 정부 관계자의 입장은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 2017년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비트코인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30%가량 폭락했다. 최흥식 당시 금융감독원장도 "비트코인의 버블은 빠질 것"이라 거들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암호화폐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22% 가량의 세금을 매길 예정이다.


비트코인 열풍의 진짜 이유

현재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20~30대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주고받으며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도 이들 청년층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비트코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 (출처=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
비트코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 (출처=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

이들 청년층이 비트코인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청년층의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이 암호화폐뿐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코로나19 및 장기간의 취업난으로 인해 근로 소득만으로는 재산을 쌓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작성자도 은 위원장이 부동산으로 수억 원의 이득을 본 것을 거론하며,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으로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는데,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2030에게는 이러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내로남불’의 일종”이라 꼬집었다.

규제보다는 제도화에 집중해야

현재 비트코인은 정치인 및 규제 당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17년 비트코인 투자 열풍 당시 2천만 원 정도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현재 6천만 원까지 올라갔으며, 최근에는 테슬라 자동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게 됐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출처=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출처=테슬라 홈페이지)

이처럼 비트코인을 무작정 멀리하고 규제 일변도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고 제도권에 편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암호화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 요구에 대해서는 “비트코인은 금융상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세할 때만 자산이고 투자자 보호는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화제가 될 때마다 단기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보다는,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가격은 정부에서 규제안이 나올 때마다 폭락했다가,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투기성 자산으로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변동성’을 오히려 정부가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대은 기자 dae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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