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은? 가족 다회선은?”…통신비 2만원 ‘경우의 수’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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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12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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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2020.9.10/뉴스1 © News1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2020.9.10/뉴스1 © News1
정부가 13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를 2만원씩 일괄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비용 감면을 이행하기 위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현장에서 난감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다회선 이용자는? 알뜰폰·선불폰은?…현장 “경우의 수 너무 많아”

13세 이상 휴대폰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요금을 받아가는 통신사가 월 이용요금에서 2만원을 차감해주면 간편할 것이라고 정치권은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감면 대상에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배포한 긴급재난지원 패키지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번 통신비 지원은 1인당 이동통신 1회선에 대해 1개월 원칙으로 2만원이 정액 지원된다.

다회선 가입자의 경우 1회선만 감면받을 수 있는데, 이중 가족 대표 명의자 이름으로 1명이 다회선에 가입해 있다면 가족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 경우 별도의 ‘명의변경’ 절차가 필요한데 청소년의 경우 콘텐츠 결제나 유해환경 제어를 위해 일부러 부모님 명의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어 명의변경을 다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 요금이 2만원 미만인 가입자들은 다음달로 ‘이월’하는 방안도 통신사 입장에선 곤혹스럽다. 취약계층이나 노인층은 정부 시책에 따라 이동통신 3사가 월 1만1000원씩 요금을 감면해 주고 있으며 이 경우 실질 납부 요금이 2만원이 안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2만원 정액지원을 위해 다음달까지 별도 정산을 해야 해 행정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

알뜰폰도 고려대상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0%가 넘는 알뜰폰 이용자들은 월 2만원 이하 가입자가 더 많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우 망을 임대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결제 전산망을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연동해 감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는 실정이다.

국내 주요 알뜰폰 업체 중 하나인 헬로모바일 측은 “아직 알뜰폰 가입자에 대한 요금감면에 대해 정부나 어느 곳으로부터도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했다”면서 “아마 주무부처와 업체간 실무 협의를 통해 세부 방침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알뜰폰의 경우 ‘선불폰’ 이용자도 적지 않다. 미리 요금을 지불하고 종량제로 사용하는 것이 선불폰인데, 이 경우 2만원을 어떻게 지급할 지도 난감한 상황이다.

◇추석전 감면 쉽지 않아…‘세금 가져간다’ 시선도 부담

통신사의 요금 고지는 통상 매월 10일쯤 이뤄진다. 이후 이용자들이 선택한 결제일이나 자동이체일에 맞춰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즉 8월 이용 요금이 9월10일쯤 고지되고, 이를 25일 등 이용자들이 지정한 날짜에 결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 패키지 설명자료에서 ‘9월요금’을 감면할 경우로 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통신비 2만원 지급은 4차 추경 특성상 ‘추석 전’에 우선 감면하라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지원 등은 추석 전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데, 이에 따라 통신비 감면도 추석 전에 해야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언제 하라는 지침도 나온 것은 없지만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은 있는 셈인데, 통신사 결제 프로세스 등을 고려할 때 추석 전 감면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통신비 2만원 지급은 통신사가 요금을 우선 감면하고 추후 정부 재정으로 보전을 받는 방식인데, 현재 야당이 통신비 지원 부문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예산 통과도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비를 ‘세금’으로 보전받는 것도 통신사에게는 부담스러운 시선이다. 이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통신비 지원은 세수가 모두 통신사로 들어가 승수효과가 없다”고 지적한 상황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낼 통신비를 국민이 세금으로 이뤄진 정부 예산으로 갈음되는 것 뿐이라 추가적으로 얻는 것도 없다. 대신 각종 업무부담을 떠안아야하는 데다 마치 혈세로 통신사를 지원해준 게 아니냐는 여론의 시선까지 받고 있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신세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 감면을 위해 통신사도 전산 작업 등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세금을 가져간다’는 프레임이 씌워질까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선감면-후보전 조치로 각 통신사당 수천억원의 예상치 못한 수익 감소가 일시적으로 발생할 텐데, 이에 따른 재무적 압박도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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